[이달의 기자상] 롯데리아 내란 모의

[제412회 이달의 기자상] 심가은 JTBC 기자 / 취재보도1부문

심가은 JTBC 기자.

12월3일 낮, 전직 정보사령관 노상원 씨는 경기 안산시의 한 롯데리아로 ‘최정예 첩보부대’인 정보사를 불러냈습니다. 그날 밤 윤석열 대통령은 불법 계엄을 선포했습니다. 민간인이 주도한 내란사태의 전말을 알아내고자 안산 롯데리아로 향했습니다. 도저히 내란을 모의한 장소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평범했습니다. 군 시설에 출입할 수 없는 민간인 예비역이 비선에서 얼마나 허술하게 내란을 주도했는지를 그 장소가 보여주고 있던 겁니다. JTBC가 ‘롯데리아’를 앞세워 보도한 이유입니다.

이후 노씨 사진 한 장을 들고 그의 집 일대를 돌아다녔습니다. 주민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이 사람을 아냐’고 묻기를 한참. 한 떡집 사장은 사진을 보자마자 “아기보살이네?”라고 했습니다. 2019년 이후, 보살집에서 굿을 할 때마다 노씨가 떡을 맞추러 왔다는 겁니다. 사장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노씨의 이름은 ‘남자아기보살’이었습니다. 노씨가 살던 빌라 1층엔 ‘아기보살’이라고 적힌 간판이 있었습니다. 한참을 기다리다 만난 무속인은 자신을 노씨의 동업자라고 소개했습니다. 노씨가 전역 후 역술인으로 살면서, 그 점집에서 내란을 계획했던 겁니다. 전북 군산에 있는 한 무속인도 만났습니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사주군인’과의 대화 내용이 남아있었습니다. 노씨가 사전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의 사주풀이를 부탁하는 등 역술에 의지해 내란을 계획해 왔단 걸 보여주는 증거였습니다.


아주 긴 겨울을 지나고 있습니다. ‘기자’라는 이름의 무게를 느낄 때마다 JTBC는 현장에 나가고, 또 남았습니다. 그렇게 12·3 내란사태의 민낯도 현장에서 확인했습니다. 끝으로 강인식 부장과 이서준 캡을 비롯해 매 순간 소홀함이 없는, 자랑스러운 JTBC의 모든 선배께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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