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충 방제 사업을 제대로 하면 이듬해 일거리가 없어지는 모순이 생깁니다. 현장에서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야 사업을 계속해 돈을 버는 구조입니다.”
수 십 년 경험을 지닌 산림사업 전문가가 취재진에게 말한 내용입니다. 취재기간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말입니다.
단풍철도 아닌데 푸른색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걸려 붉게 물들어 죽어갑니다. 강원도부터 경기, 영호남, 충청지역까지 재선충병은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전염병입니다. 산림청은 전염병을 ‘완전히’ 잡겠다며 30여 년 동안 1조6000억원이 넘는 돈을 썼습니다. 하지만 방제는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가 병을 퍼뜨리는 매개충입니다, 생태학자들은 매개충 완전 방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재선충병이 계속 퍼지는 요즘은 ‘감염목 벌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감염된 소나무를 대규모로 벌채하면 사후 처리를 위해 임도를 개설하는 경우도 있고 산사태 예방을 위한 사방댐도 설치합니다. 벌채한 자리에는 어린 나무를 심습니다. 모두 다 세금이고 돈입니다. 1억원 이상의 대규모 산림사업은 산림조합이 ‘수의계약’으로 수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방제 사업이 부실해도, 그 부실을 없애려 또다시 세금을 써야하는 상황이 반복되는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습니다. 1리터에 50만원 가까운 초고가 수입 농약을 200억원어치 넘게 썼지만 재선충병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이번 취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실한 산림사업의 실태를 계속 취재해볼 생각입니다. 좋은 그림을 촬영해준 최중호 선배와 송승룡 국장, 동기 엄진아 팀장, 이종환 편집감독에게 특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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