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에 피흘린 광주서 '내란 옹호' 집회… "오월정신 모독"
[집회소식 다룬 광주·전남·서울 신문들]
15일 '민주화 성지' 금남로서 탄핵 찬반집회 동시에 열려
불상사 없어… 광주·전남신문 "5·18 조롱 등에 의연히 대처"
15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5·18민주화운동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는 민주화의 ‘성지’에서 불법계엄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에 맞서 탄핵 찬성 집회가 같은 곳에서 열리면서 충돌 우려가 컸으나 불상사는 없었다. 광주·전남 지역 신문들은 17일 아침 일제히 금남로 집회 사진을 1면에 싣고 “모욕적 집회”에 “의연”하게 대처한 광주의 시민의식을 높이 평가했다.
광남일보는 1면 머리기사의 첫 문장을 “광주 시민의식이 빛났다”로 시작했다. 신문은 “(이날)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부터 금남로4가 교차로까지 약 680m 구간 안에서 각각 열린 집회에는 12·3 비상계엄 이후 광주에서 가장 많은 인파가 운집”했다면서 “수만 명의 시민들이 두 진영으로 나뉘어 서로를 향한 삿대질과 욕설이 난무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소란도 있었지만, 집회는 별다른 물리적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전남매일도 1면에 사진과 함께 <금남로 탄반 집회 성숙한 대응…‘광주정신 위대함’ 빛났다> 제목의 머리기사에서 “시민들이 성숙한 민주시민의식을 바탕으로 45년 전 ‘대동세상’을 또다시 재현했다”고 보도했다.
무등일보는 1면 <탄핵 함성 뒤덮은 금남로…더 빛난 민주 수호 의지> 기사에서 “시민들은 45년 전 계엄군의 무자비한 군홧발을, 그리고 그들의 총칼에 무참히 쓰러진 광주 시민들의 피를 오롯이 받아냈던 땅 위에서 ‘윤석열’을 연호하며 옹호하는 억지 멘트를 들으며 ‘민주화의 발판이었던 금남로가 짓밟혔다’, ‘내란 동조 세력들에게 능욕당한 기분’이라고 울분을 쏟아냈지만, 차분히 대응해 성숙한 민주주의를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다만 5·18에 대해 ‘종북’ 이미지를 덧씌우는 허위·왜곡 주장에 대해선 법적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전남일보에 따르면 다만 “내란 세력 옹호 집회자들이 지하철 입구 등에서 ‘북한 개입 내란, 폭동’, ‘5·18 가짜유공자 명단’, ‘5·18은 DJ세력·북이 주도한 내란’ 등의 전단을 살포함에 따라 광주시는 해당 사안에 대해 면밀히 검토, 법적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다.
“45년 전 비상계엄 항거한 광주정신 정면 부정”
신문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에 찬사를 보내는 한편, 사설에선 ‘오월정신’을 모독한 내란 옹호 세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광주일보는 <내란·극우 세력 민주성지 모독 도 넘었다> 제하의 사설에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는 45년 전 비상계엄에 항거한 광주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 그 자체였다”고 성토했다.
광주일보는 “광주시민들은 이들의 집회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다. 집회의 자유가 있는 만큼 민주성지를 모욕하는 행위만큼은 자제해 주길 바랐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면서 “이들이 보수를 대변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금남로에서 내란을 옹호하는 주장을 한 것은 광주를 욕보이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임은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일부라고는 하지만 내란를 옹호하는 극우 세력의 도를 넘는 행위를 보는 광주시민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면서도 “민주성지를 모독하는 이들의 행태에 분노하기보다 평정심을 지키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남도일보도 사설에서 “2월 세 번째 주말은 광주시민들에겐 치욕스런 하루였다”고 했다. 남도일보는 “집회·결사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돼 있지만 금남로는 반헌법적 내란 혐의 등으로 탄핵 심판을 받고 있는 윤 대통령을 비호할 장소가 결코 아니다”라며 “광주시민들은 1980년 5월 계엄 철폐와 신군부 독재 퇴진을 요구하면서 계엄군의 총칼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킨 곳이자 오월 광주 정신 상징의 장이 탄핵 반대 세력으로 훼손됐다는 분노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경향 “민주화 성지 금남로, 극우 세력 망발 일삼을 곳 아냐”
조선 “극단적 사회분열 보여줘… 정치권 갈등 조장 멈춰야”
전국 단위 종합일간지들도 이날 금남로 집회 현장을 비중 있게 다뤘다. 국민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한겨레 등이 1면에 사진을 실었고, 서울신문은 1면 머리기사에 <‘민주화 심장’까지 갈라놓은 탄핵정쟁> 제목을 달았다.
경향신문은 <시민 학살한 5·18 현장에서 ‘윤석열 내란’ 옹호하다니> 제하의 사설을 썼다. 경향은 “이날 기독교단체 세이브코리아는 ‘국가비상기도회’란 이름으로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다. 연단에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독재자에 맞섰던 5·18 희생정신을 기억하자’며 ‘계몽령을 통해 국민들을 일깨워준 윤석열 대통령을 석방하라’고 주장했다”면서 “시민이 계엄군에 맞서 싸운 것이 광주 정신인데, 12·3 불법 계엄을 ‘계몽령’이라며 강변하니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탄핵 찬성 집회에서 또 다른 한국사 강사 황현필씨는 광주에서 내란 수괴 옹호 집회를 하는 것은 “홀로코스트가 행해진 곳에서 독일의 나치 추종자들이 집회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은 이를 전하며 “대한민국 민주화의 성지 금남로가 극우 세력이 망발을 일삼을 공간이 아님을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도 <차벽 양쪽의 光州 두 집회, 분단 상황 같았다니>란 제목의 사설을 썼다. 조선은 사설에서 “경찰 차벽을 사이에 두고 탄핵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린 일은 지금 우리 사회의 분열이 얼마나 극단적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공정성보다 신속성을 앞세운 헌재의 속도전이 편향성 시비를 부르며 불신을 초래”하고 “정치권이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강성 지지층 결집에 나서면서 갈등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조선은 광주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에서 “극우 세력의 인면수심이 도를 넘었다” “민주주의를 모욕하는 자들의 만행” 등이라 비판한 것을 두고 “국민 10명 중 4명이 탄핵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극우로 모는 것은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고 2030세대를 ‘고립시키자’고 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오만이고 또 다른 폭력”이라고도 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광주는 물론 전국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참석했다.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와 유감을 표명했던 당 지도부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일”이라고 지적하며 “나라가 지금처럼 두 쪽 나면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 심판을 두고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우리 사회가 견뎌내기 어려운 후폭풍을 겪게 될 것이다. 정치권은 갈등 조장을 여기서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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