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사측이 가족회의 내용 등을 요구하며 가족돌봄휴직을 반려한 이주현 뉴스룸국장과 ㄱ부국장의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지 않은 데 반발하며 내부 구성원 101명이 연서명에 참여했다. 한겨레는 앞서 ㄱ부국장을 보직해임 했지만 이후에도 내부에서 비판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11일 한겨레 구성원 101명은 공동성명을 내고 최우성 사장에게 이 국장을 징계하고 보직에서 물러나게 하라고 요구했다. 동시에 인사위원회에 괴롭힘이 아니라고 한 법무법인의 자문 내용 전문을 공개하라고 했다. 구성원들은 지난해 10월에도 100명이 실명을 걸고 연서명에 참여해 이 국장이 피해 직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국장과 ㄱ부국장은 돌봄휴직을 신청한 직원에게 가족회의 내용과 간병계획 등 증빙을 요구했고 지난해 12월 서울지방노동청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됐다. 한겨레는 1월23일 괴롭힘이 아니라 사내외에 분란을 일으켰다며 ㄱ부국장을 징계했고 이 국장에게는 징계가 아닌 ‘경고’를 줬다. ㄱ부국장은 6일 보직에서 해임됐다.
구성원들은 공동성명에서 “돌봄휴직 부당 반려 건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며 “관리자들이 사적 감정으로 권한을 남용하는 관행을 바로잡지 못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또 “한겨레는 특정인의 자리보전을 위한 곳이 아니라 글 쓰는 양심 모두를 위한 곳이어야 한다”며 “창간 정신을 뿌리째 훼손하는 일을 당장 멈추라”고 했다.
한겨레 내부에서는 전날인 10일에도 우리사주조합이 입장문을 내고 “엇갈리는 자문 의견 가운데 한쪽을 선택한 근거는 무엇이냐”며 “한겨레를 위험한 일터로 일관되게 몰아간 사태의 본질이 다름 아닌 ‘직장 내 괴롭힘’임을 비타협적으로 규정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 판단을 기다리지 말고 괴롭힘을 인정하는 절차를 밟으라”고 요구했다.
앞서 7일에도 한겨레 여론미디어팀은 자사 비판 기사 출고가 보류됐다며 성명을 냈다. 최성진 미디어팀장은 국장단에 항의하며 직책에서 사퇴했다. 4일에는 이재훈 한겨레21 편집장이 언론사로서 한겨레가 앞으로 당당할 수 있겠느냐며 성명을 냈다. 사건 조사 결과를 괴롭힘으로 판단해 인사위에 넘겨준 노사공동위원회 노측 위원들도 사측의 결정에 반발하며 두 차례 성명을 냈다.
그사이 최우성 사장은 9일 구성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문제 제기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 사장은 “신고자가 겪은 고통에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마음을 전한다”며 “곧 고용노동부의 회신이 올 예정이니, 그때까지만이라도 우리 한겨레 전체와 구성원 상호 간에 상처를 더하는 일을 자제해 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했다.
최 사장은 “그간 회사와 관련된 사안을 한겨레가 알려야 할 때는 형식이나 내용, 시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왔다”며 “노동과 인권의 기치를 소중히 여기는 한겨레에서 괴롭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 대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사안에 대한 사내 간담회를 열지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청은 이달 안에 한겨레의 징계 처분 결과에 시정지시를 할지 결론 낼 것으로 보인다. 징계 처분 절차와 내용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사건은 종결된다. 사업주에 의한 가해가 아니라면 노동청이 괴롭힘 사건을 직접 조사할 책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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