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프로젝트’라 불린 동해 가스전 개발사업 1차 시추가 실패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일 1차공 시추 잠정결과를 발표하면서 일부 가스 징후가 있음은 확인했으나 경제성을 확보한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에 언론이 ‘사실상 실패’, ‘사실상 실패 인정’ 등으로 보도하자 산업부는 이를 반박하는 설명자료를 내어 “자원개발은 인내가 필요한 장기 프로젝트”라며 33번째 탐사시추에서 유전을 발견한 노르웨이 사례 등을 소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직접 브리핑에 나서서 기대감을 부풀렸던 사업의 1차 시추 결과가 “다소 아쉽게”(KBS) 나오면서 계속 탐사를 하는 게 맞는 건지, ‘사실상 실패’라면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 건지 등 정치권과 언론에서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산업부 고위 관계자가 발표 과정에서 “정무적 개입”을 언급하면서 애초에 불확실성이 큰 사업을 밀어붙인 것은 아닌지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는 8일 〈“뜻밖의 정무적 영향 개입”… 대왕고래 감사로 철저히 밝혀야〉 사설에서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사실상 실패”했다고 보면서 산업부 관계자가 언급한 ‘정무적 영향’ 언급에 대해 “실체와 경위에 대한 진상 규명이 불가피해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4·10총선 패배 이후 반전의 카드가 절실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국면 전환을 위해 불확실성이 큰 사업을 장밋빛으로 포장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아일보는 “산업부와 한국석유공사 등은 지난해 2월만 해도 대왕고래 프로젝트 가치를 11조 원 정도로 추정하며 신중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4개월 뒤 윤 대통령이 직접 발표할 때는 ‘최대 140억 배럴’,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약 2200조 원)로 늘었다”면서 “주무 부처 의견을 묵살하고 대통령실이 프로젝트 추진을 강행한 것은 아닌지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아는 이어 “자원 개발사업은 최소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리고 성공 가능성도 극히 낮다. 그러나 과학적·경제적 판단 대신 정무적 판단을 앞세우는 건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라며 “감사를 통해 대왕고래 프로젝트 추진 과정을 낱낱이 규명하고 잘못이 확인되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도 이날 〈대왕고래 뻥튀기 발표, “정무적 개입” 경위 감사 나서야〉 사설에서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직접 당시 경위를 소상히 밝혀야 한다”면서 “부족하다면 감사원이 엄중한 진상 규명에 나서기 바란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산업부가 당시에 ‘정무적 개입’이 있었다고 밝힌 건 국면 전환용으로 대통령이 ‘뻥튀기 발표’를 종용했다는 실토에 가깝다”면서 “만약 윤 대통령이 불법계엄으로 구속되고 탄핵 위기에 처하지 않았다면 ‘로또 확률에 가깝다’면서도 매번 1000억 원씩 들여 시추공을 계속 뚫어야 했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 삭감을 비상계엄 선포 배경의 하나로 언급한 바 있다.
경향신문도 온라인 사설을 통해 “사실상 ‘대국민 사기극’이라 해도 할 말이 없다”며 “윤석열 탄핵과 별개로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감사와 수사, 국정조사 등을 통해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1차 시추 결과만 놓고 성공, 실패를 말한다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며 “1차 시추만을 놓고 ‘사기극’이라고 한다면 세계의 거의 모든 유전이 사기극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자원 개발도 정치화 된 나라, 무슨 일을 하겠나〉 사설에서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 시추를 정치 문제로 만들었기 때문”이라면서도 “이 일을 하면 저 당이 반대하고, 저 일을 하면 이 당이 반대”하는 “정치 싸움”을 꼬집으며 “국가적 사업은 정치에서 해방시키고 과학과 경제 논리로만 추진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은 이날 5면 머리기사에서도 추가 시추를 계속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 의견을 보도했다. 조선은 “탐사 시추 과정에서 의미 있는 석유·가스가 발견되지 않은 탓에 이번 시추는 실패로 여겨진다”면서도 “전문가들은 첫 시추에서 석유·가스를 발견하기를 기대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본다”며 “모두가 한 번에 발견할 수 있다면 누가 오래도록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겠나”라는 이근상 한양대 교수의 말을 전했다.
조선은 “물리 탐사 결과로 얻은 동해 심해 가스전의 추정 매장량은 최소 35억, 최대 140억배럴로, 금액으로는 약 570조~2300조원에 이른다”며 “이미 동해 심해에서 유망 구조 7개를 찾은 상황에서 기대 수익이 큰 만큼 여러 시추공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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