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언론 패싱', AI 검색에 뉴스 트래픽 감소 심화할 듯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2025년 저널리즘 트렌드 전망 보고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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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올해 미디어 업계 전망을 담은 ‘저널리즘과 기술 트렌드 및 전망 2025’ 보고서를 9일 발표했다. 매년 ‘디지털 뉴스 리포트’를 발행하는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는 2016년부터 매년 초 미디어 산업의 변화를 예측하고 흐름을 짚는 보고서를 내놓고 있는데, 올해가 꼭 10년째다.

보고서는 세계 유수의 뉴스 매체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기초하며, 이번 조사엔 51개국 326명의 뉴스 책임자가 응답했다.

세계 주요 국가의 언론 신뢰/불신도와 매체별 신뢰도 등을 조사해 발표하는 디지털 뉴스 리포트와 달리 이 저널리즘 트렌드 전망 보고서는 매번 크게 관심을 끌지 못한 편이었는데, 국내 언론의 특수한 환경적 요인 때문에 공감을 얻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가 내놓은 전망을 외면하긴 힘들어 보인다. 보고서는 뉴스 매체들이 올해 “적대적인 정치인들의 공격, 계속되는 경제 역풍, 무분별한 인공지능(AI) 기반 플랫폼에 맞서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싸움 등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계엄발’ 경기 침체에 정치인뿐 아니라 과격한 시민들에게도 무차별 공격을 받는 우리 언론이 마주한 현실과도 겹치기 때문이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9일 발표한 ‘저널리즘과 기술 트렌드 및 전망 2025’

보고서는 “특히 검색 엔진의 변화는 이미 소셜 트래픽을 잃은 뉴스 업계에 큰 고충이 될 것이며, AI 인터페이스가 뉴스 검색어에 대해 ‘스토리 형태’의 답변을 생성하기 시작하면서 가시성(visibility)이 더욱 떨어질 것을 우려한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 미국 대선에서 “저널리즘 규범을 벗어나 활동하는 당파적 인물과 크리에이터를 포함하는 대안 뉴스 생태계의 영향력이 커졌으며, 일부에서는 영향력과 신뢰도 측면에서 주류 미디어를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을 치를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 언론으로서도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다.

‘저널리즘의 미래 자신한다’ 답변 3년 새 급감

저널리즘의 미래를 자신한다는 응답이 3년 사이 19%포인트 줄었다.

이런 영향 때문일까. 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한 뉴스 조직의 자신감은 3년 사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저널리즘의 미래를 확신한다는 뉴스 조직 리더는 절반도 안 되는 41%에 불과했다. 2022년의 60%에서 크게 감소한 수치다. 17%는 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해 낮은 자신감을 표명했는데, 이 역시 3년 전 10%에서 크게 증가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독립 언론인을 공격하거나 억압하려는 정치인의 압력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환경이 뉴스 조직의 운영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직접적인 공격만 있는 게 아니다. 정치인들은 점점 더 미디어를 완전히 ‘우회하는(bypass)’ 방법을 찾고 있다. 미국 대선에선 주요 후보들이 전통적인 미디어 대신 팟캐스트나 유튜브 같은 대안 채널을 선호하면서 뉴스 미디어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음이 확인됐다.

보고서는 “이러한 전략은 미국뿐만 아니라 기성 미디어에 거의 접근하지 않고 신뢰도가 낮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데 특히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됐다”고 했다. 실제로 루마니아 대선 1차 투표에서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칼린 제오르제스쿠 후보는 “포퓰리즘적이고 반체제적인 수사와 주로 틱톡을 통한 소셜미디어 캠페인의 성공에 힘입어” 1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그의 소셜미디어 계정은 개인적인 관심사들로 채워졌고, TV 토론과 같은 미디어 방송은 대부분 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대선 기간 보수 성향 1위 팟캐스트 '조 로건'의 채널에 출연했는데, 지난해 10월26일 유튜브에 등록된 영상은 24일 현재 54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올해 일어날 수 있는 일’로 트럼프의 뉴스 미디어에 대한 공격 강화 등을 꼽았다. 20일(미국 현지 시각)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불공정’ 보도에 대해 TV 네트워크의 방송 허가를 취소하고 취재원 공개를 거부하는 언론인을 감옥에 가두겠다고 위협했는데, 이러한 위협이 실제로 실행되지 않더라도 언론 보도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주류 언론인의 백악관 브리핑룸 출입을 제한하고, ‘대안’ 언론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도 전했다. 대통령이 나서서 레거시 미디어를 부정할 정도로 적대적으로 변한 우리 언론 환경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못하리란 법이 없다.

응답자 74% “뉴스 검색 트래픽 감소 우려”

검색의 변화도 실존적 도전을 예고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 회사 차트비트에 따르면, 페이스북에서 뉴스 웹사이트로의 트래픽은 지난 2년 동안 67% 감소했고, X(엑스·구 트위터)에서의 트래픽은 50% 감소했다. 반면 구글 검색의 총 트래픽은 줄어들지 않았는데, 오픈AI나 퍼플렉시티 같은 새로운 AI 기반 검색 시스템으로 인해 추천되는 링크 클릭 수가 줄어들 수 있으며, 이는 뉴스 조직에 추가적인 도전을 제기할 거란 전망도 나왔다. 조사에서 응답자의 74%는 검색에서 추천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런 변화와 불확실성은 뉴스 조직 리더들을 새로운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 빅테크 기업에 대한 양면적인 태도가 그 예다. 조사 대상 매체의 31%는 기술 플랫폼과의 관계를 강화하겠다고 했고, 31%는 관계를 끊거나 줄이겠다고 했으며, 역시 비슷한 비율인 36%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플랫폼별 대응 전략은 다르게 나타났다. 오픈AI와 퍼플렉시티 같은 AI 플랫폼과의 협력에 더 많이 신경 쓰겠다는 응답이 많았고, 틱톡이나 인스타그램도 추가 투자를 계획하는 채널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 페이스북과 X에 대한 투자 노력은 급격히 감소했다.

어떤 플랫폼에 더 많은 투자(노력)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변.

생성형 AI가 뉴스룸에 가져온 변화도 계속 주목할 만하다. 조사에 따르면 87%가 생성형 AI가 뉴스룸에 부분적(63%), 또는 전면적(24%)으로 영향을 미치고 응답했으나, 실제 자신이 속한 뉴스 조직의 변화를 말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AI가 뉴스룸에 더 많이 적용되고 더 영향을 미치게 될 거라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많은 뉴스 조직이 올해 자체 AI 도구를 개발한다고 밝혔고, 빅테크 기업들도 새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최근 오픈 AI가 출시한 비디오 생성기 소라(Sora)를 언급하며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초현실적인 콘텐츠가 급증할 것”이라고 전했다.

“‘주류 미디어’ 무용론 맞서 언론 역할·가치 재정립해야”

보고서는 결론에서 “기술이 정보 소비 방식을 재편하는 가운데, 포퓰리즘 정치인들과 정보에 기반한 민주적 토론을 촉진하는 역할을 약화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제도권 저널리즘은 앞으로 엄청난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일론 머스크가 미국 대선 이후 사용한 ‘이제 당신이 미디어다(You are the media now)’라는 표현이 이른바 ‘주류 미디어’가 점점 시대에 뒤처지고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정치인들은 점점 더 언론의 감시를 우회해 지지자들과 직접 대화하거나 자신의 견해에 동조하는 인플루언서들과 연결되려 할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이런 환경에서 모든 미디어 기업이 충분히 빠르게 적응할 수 없겠지만, 보고서는 “변화의 시기는 또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면서 “2025년 뉴스 리더들이 수행해야 할 중요한 과제는 분열, 잘못된 정보, 과잉 콘텐츠의 시대에 언론 기관의 역할과 가치를 재정의해 직원과 이용자들 모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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