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심판 영향? '바이든-날리면' 정정소송 또 연기

전날 연기 통보… 이유 설명도 없어
차기 대통령 선거 뒤에야 선고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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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을 두고 비속어를 썼다는 MBC 보도에 대한 정정보도 청구소송 항소심이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끝난 뒤에야 결론 날 것으로 보인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재판부가 이유 설명 없이 재판을 두 차례나 미루면서다.

서울고등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문광섭)는 24일 예정된 ‘바이든-날리면’ 정정보도 청구소송 2심 마지막 변론기일을 하루 전날 취소했다. 통지 시각은 오후 5시 50분이다. 소송을 제기한 외교부나 피고 MBC 측의 요청 없이 재판부가 직권으로 결정했다.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부는 다른 사건들은 정상적으로 진행했다.

13일 서울시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시민들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전날 '바이든-날리면' 정정보도 항소심 마지막 변론기일이 급히 취소돼 이날 게시판에는 미처 수정되지 못한 재판안내가 걸렸다. /박성동 기자

이번 기일은 지난해 12월13일에도 이미 한 차례 미뤄졌었다. 재판부는 당일 오전 일방적으로 재판을 미루고 당사자들에게 역시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이튿날인 12월14일 이 사건의 실질적인 원고인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안이 의결돼 직무가 정지됐다.

재판은 4월11일 다시 열린다. 선고는 5월쯤 이뤄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이 탄핵되면 새 대통령 선거가 예상되는 시점이다. 헌법재판소는 신속한 절차 진행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63일, 쟁점이 많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91일 만에 탄핵 심판이 끝났다.

소송이 길어지는 건 그 자체로 언론자유 침해 소지도 있다. 언론중재법은 언론소송을 3개월 안에 마치고 선고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정정보도는 언론을 규제할 강력한 수단인 만큼 허위가 명백한 때에만 신속히 바로잡고 언론사에 지나친 진실 입증 요구는 피해야 한다는 취지도 있다.

그런데 앞서 외교부가 승소한 원심은 2022년 12월 접수돼 1년 넘게 진행됐으며, 지난해 1월 시작된 이번 항소심도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음성 감정을 거쳤는데도 2022년 9월 윤 대통령이 바이든 전 대통령을 48초 동안 만난 뒤 단상에서 내려오며 한 말이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밝히지 못했다.

당시 재판부는 정확한 사실을 밝히는 대신 간접적인 정황을 근거로 판결했다. 발언한 맥락으로 보건대 윤 대통령이 바이든 전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회를 발언했다고 봄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결국 허위성을 판별하지 못했는데도 MBC 보도가 허위라고 결론 냈다.

윤 대통령 발언을 정확히 밝히지 못한 것은 이번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2심 재판부는 어떻게 ‘들리는지’가 아니라 뭐라고 ‘말했는지’ 확인해 보자며 심리를 진행했다. 그러면서 당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던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진술서를 받았다.

진술서에는 윤 대통령이 발언 당일 김 의원에게 말해주길 자기 발언은 ‘날리면’이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MBC 측은 진술서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김 의원을 증인으로 불러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지만 거절됐다. 진술서에는 거짓이 있어도 위증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외교부는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만 요구하고 정정이 되지 않을 때를 대비한 반론보도는 예비적으로 함께 청구하지 않았다. 법원은 처분권주의 원칙에 따라 원고인 외교부가 요청한 정정보도를 받아들일지 범위 안에서만 판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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