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푸른 뱀의 첫 해가 뜬지 한 달여가 흘렀지만 한국의 경제 상황은 칠흑같이 어둡다.
대표 성적표인 한국 코스피 지수의 12개월 선행주가수익비율(PER)은 역사적 저점인 8배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 10년 평균 10배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는 턱없이 낮은 수치다. 한국 경제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우려가 여전히 짙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말부터 급등한 환율도 여전한 리스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환율이 1470원 수준으로 지속될 시 올해 물가 상승률은 2% 이상 높아진다. 최근 상승 중인 국제 유가까지 더해지면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높은 환율은 침체된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한 기준 금리 인하를 어렵게 만들며 악순환을 낳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리도 17일 “현재 원-달러 환율은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위기감을 밝히기도 했다.
전망도 불투명하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8곳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평균 1.8%에서 1.7%로 낮췄다.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는 대외 여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과 더불어 세계 경제 변화 흐름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트럼프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며 더 거센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예고한 보호무역주의가 대표적 리스크다. 중국산 제품에 60%, 주요 수입 상대국 제품에 10% 보편 관세가 시행될 경우 그나마 한국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 성과도 도전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무역적자가 심화할 경우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외환위기의 위험에 노출될 것도 우려점이다.
이처럼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가장 필요한 국가적 외교 채널은 사실상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트럼프 당선 이후 그를 대면한 한국 주요 정·재계 인사는 기업인인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유일하다. 트럼프 취임식 참석을 위해 최근 방미한 정 회장은 정부의 공식 네트워크가 부재한 상황에 아쉬움을 표하며 “대미 창구가 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방미 때 트럼프 행정부에 전해달라는 한국 정부의 메시지가 따로 없었다고도 했다.
이미 미국 신정부는 이 같은 한국의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트럼프는 축하 인사를 위해 찾아온 주요 인사들에게 “모두가 나를 ‘혼돈’(상황)이라고 부르지만, 한국을 보라”는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담일지라도 한국을 정상적인 국가로 보고 있지 않다는 그의 견해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말이다.
반면 일본과 중국 등 이웃 나라들은 이미 새로운 세계 질서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이미 시진핑 주석과 통화를 하며 물꼬를 텄고 100일 내 방중을 할 의지를 밝혔다. 일본 역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을 계기로 미일 정상회담을 확정하겠다며 대미 외교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치적 소모전을 반복하며 도태되는 사이 세계열강은 이미 새로운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경제·안보 복합위기를 극복하려면 이제는 정부와 국민이 모두 힘을 모아야만 할 때다. 복합 경제 위기 ‘퍼펙트 스톰’은 이미 눈앞까지 닥쳐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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