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보도 안 해서"... 언론에 계엄 책임 돌린 尹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
윤 측 '부정선거' 국가비상사태 주장
한 인터넷 매체 근거 "선관위 연수원서 중국간첩 90명 체포"
선관위 "사실 아냐... 계엄군, 선거연수원 청사 진입도 안 해"
탄핵 심판을 받는 윤석열 대통령 측이 ‘부정선거 의혹’을 국가비상사태로 보고 대통령이 이를 직접 조사하려 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했다. 현직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이면서 대리인단에 합류해 비판받은 차기환 변호사는 “부정선거를 보도했다면 사태가 이렇게 안 됐다”며 계엄 책임을 언론에 돌렸다.
1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2차 변론기일에서 윤 대통령 측 배진한 변호사는 “대통령은 국가 비상 상황을 확신하셨다”며 “부정선거 제보를 워낙 많이 받으셨고 그걸 밝히는 건 대통령의 책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불법 선거가 중국과 크게 관련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헌법 77조에 따라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윤 대통령 측은 2020년과 지난해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등에 유리하게 선거 결과가 조작됐고 여기에 중국의 개입이 의심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계엄군을 선관위로 보내 안보 위협을 조사하려 했고 12·3 비상계엄은 헌법을 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측 조대현 변호사는 “이런 고도의 통치행위는 사법부의 심사 대상이 아니”라며 “비상사태 여부는 국가원수로서 국내·외 모든 정보를 가장 잘 아는 대통령이 정확히 판단할 수 있고 헌재는 이를 심사할 정보도 능력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 변호사는 참여정부 때 헌법재판관을 지냈다.
부정선거는 극우 유튜버들이 주장하는 음모론으로 선관위는 조목조목 반박해 왔다. 이날 변론기일에서 윤 대통령 측은 계엄 당일 계엄군이 경기도 수원시 선관위 연수원에 있는 중국인 간첩 90여명을 체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이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로 압송됐고 그곳에서 선거 개입을 자백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측 주장의 근거는 이날 아침 보도된 극우 성향 인터넷 매체 스카이데일리 기사였다. 하지만 선관위는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계엄군은 선거연수원 청사 내로 진입하지도 않았다”고 기자들에게 알렸다. 선관위는 당시 연수원에 공무원과 강사 96명이 숙박 중이었다고 밝혔다.
대리인단은 언론에 내란 사태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차기환 변호사는 “그동안 많은 시민이 부정선거를 주장했는데 이들이 왜 생업을 내팽개치다시피 하면서 매달리는지 어느 레거시 언론도 보도하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대통령께서 문제 삼지 않았다면 우리는 계속 몰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을 마치고 나온 차 변호사는 기자들과 만나 “부정선거를 언론에서 음모론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취재해서 많이 보도해 줬으면 사태가 이렇게는 안 됐을 것”이라며 “제도권 안에서 해결이 안 되니 남은 건 대통령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앞으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근거를 주장할 계획이다. 부정선거 의혹이 충분해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정도였다는 필요성을 인정받겠다는 전략이다. 차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신성한 주권이 잠식됐는데 얼마나 이상한 선거인지 여러분이 보도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차 변호사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로 10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민주적이며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 진흥과 공공복지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해 설립된 방문진 이사가 내란수괴 윤석열 대리인이라니 경천동지할 일”이라며 규탄하고 사퇴를 요구했다.
이날 차 변호사는 기자들 질의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돼 방문진 이사 후임 임명이 안 되고 있어 임기가 끝났어도 아직 이사를 맡고 있다”며 MBC 관리감독에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만 짧게 답했다.
재판부는 23일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을 시작으로 군과 경찰의 주요 지휘관들을 증인으로 부른다. 국회 측은 국회의원 체포 지시가 있었는지 신문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측은 군 지휘관들이 책임을 피하려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리인단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윤 대통령이 출석할 계획이 있는지 취재진 질문에는 함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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