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군인들 예약을 취소시키고 그 자리에 들어가 골프를 쳤다.” 시작은 한 문장의 제보였다. ‘오물 풍선’ 등 북한 도발을 이유로 국방부 차원에서 현역 군인들에게 골프 금지령을 내리고 예약을 취소했는데, 그 자리에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들어가 골프를 쳤다는 내용이다.
이중, 삼중, 사중의 팩트체크를 했다. 대통령 일정을 확인하고, 골프장 예약 및 취소 내용을 확보해 비교했다. 당시 골프를 쳤다는 사람들, 골프장 직원들, 예약이 취소된 사람들을 수소문해 확인했다. 추정되는 대통령의 이동 경로를 따라 경찰의 교통 통제 여부와 인근 CCTV 등을 살펴봤다.
취재 결과 복수의 구체적인 증언과 사정기관에 보고된 관련 민원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예약 취소된 구체적인 숫자와 이를 토대로 대통령의 정확한 라운딩 시간까지 특정할 수 있었다. 그 앞뒤에는 경호처 직원들이 골프를 쳤다는 사실까지 파악했다.
하지만 모두 정황일 뿐, 직접 증거는 될 수 없었다. 카메라를 들고 현장으로 향했고, 대통령의 골프 현장을 포착할 수 있었다. 경호처에 발각돼 휴대전화 초기화 등 ‘입틀막’을 당했지만, 자료를 강탈 당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끝까지 지켜내 보도할 수 있었다.
CBS 기사는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대통령의 골프 현장을 언론사 최초로 포착했다는 사실을 넘어, 현 정국의 난맥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취재·보도였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골프라는 단순한 행위를 넘어 국정·민심·언론을 대하는 대통령과 참모들의 태도와 인식까지 드러냈기 때문이다.
최근 밝혀진 바로는, 대통령은 골프를 치면서 계엄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계엄 때 국회에 투입된 707특임대 부사관들과 골프를 쳤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서울경찰청장은 조사에서 “CBS 보도 직후 경호처에서 비화폰을 지급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후속 취재로 진실을 밝히는 데 일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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