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된 15일 기자들은 대체로 새벽 3시부터 대통령 관저가 있는 서울 용산구 현장에 나와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전날 기자들이 새벽 5시쯤 영장이 집행될 수 있다고 귀띔받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비슷한 시각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문 앞에 집결한다는 소식도 알려진 상태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조 일부가 관저 앞에 도착한 새벽 4시20분쯤부터 방송사들은 뉴스특보를 편성하고 수시로 취재기자를 연결했다. 방송사들은 대통령경호처가 설치한 장애물 뒤로 별다른 저항 없이 경호처 직원들이 서 있는 모습을 전하며 영장 집행이 비교적 수월할 것으로 점쳤다. 전날까지 여러 언론이 대통령경호처 내부 분열이 일어나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소식을 잇따라 보도하기도 했다.
탄핵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관저 정문에서 150m 떨어진 곳에 설치된 경찰 통제선을 넘으려 거칠게 항의했다. 시민들은 “집회하며 입으로 떠들기만 할 게 아니라 관저로 가서 몸으로 막아야 한다”며 일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탄핵 찬성과 반대 집회는 경찰이 울타리를 쳐 수십 미터 이상 분리됐다.
기자들은 신분증과 기자증을 제시하면 경찰 통제선 넘어 관저 정문 앞 30m 지점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기자들은 통제선 앞에서 집회 인원과 뒤엉켜 앞으로 나아가기도 쉽지 않았다. 기자들이 인파를 헤치는 동안 집회 참여 시민들이 언론사 소속을 물으며 시비하거나 욕설을 하기도 했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탄핵과 체포를 촉구하는 시민들은 대형 화면으로 방송 중계를 함께 시청하며 “윤 대통령을 호송차에 태우지 말고 수갑을 채워 끌고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수처와 경찰이 저지선을 하나씩 넘을 때마다 환호했다. 극우 단체들과 충돌하면 안 된다며 참여 인원들에게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오전 10시33분 체포영장이 집행돼 윤 대통령이 탄 경호 차량이 관저를 빠져나온 뒤엔 현장이 빠르게 정리됐다. 관저 주변 육교와 인도, 도로 통제가 즉시 풀렸다. 경찰 울타리도 모두 철거돼 일부 탄핵 반대 시민들이 찬성 집회 장소로 넘어와 욕설하거나 야유했지만 집단 행동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탄핵 찬성 측은 “내란수괴 윤석열을 처벌하라”고 구호를 외치고 “우리가 이겼다”며 기뻐하며 집회를 이어갔다. 반대 측은 망연자실하며 별다른 소란 없이 빠르게 흩어졌다. 열흘 넘게 설치돼 있던 집회 주최 측 무대도 곧바로 철거됐다. 일부 시민은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공수처 앞으로 이동해 집회를 이어갔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열어 200쪽이 넘는 질문지를 바탕으로 윤 대통령을 조사하고 있고 윤 대통령이 묵비권을 행사해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 의사로 조사 중 영상 녹화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 조사가 끝나면 윤 대통령은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에 수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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