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연봉 10%만 삭감... 반대농성 노조엔 법적대응 예고

노조에 감금·업무방해 등 주장
민주당 의원들 "추경 때 연봉 다시 삭감"
제주항공 참사장면 노출 MBC·JTBC 의견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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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올해 자기 연봉을 10%만 깎기로 했다. 편파·정치심의를 반복한 책임을 지라며 국회 상임위원회가 요구한 30% 삭감에 크게 못 미친다. 10% 삭감 방침에 반대하며 위원장실 앞에서 농성한 노조에는 자신을 감금했다며 고소할 뜻을 내비쳤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연합뉴스

방심위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올해 류 위원장의 연봉을 10% 삭감하기로 의결했다. 지난해 류 위원장 연봉은 총리보다 200만원 적은 1억 9500여만원이었다. 방심위는 세금의 일종인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운영되지만 명목상 민간기구여서 위원장이 자기 연봉을 결정할 수 있다.

국회는 올해 방심위 전체 예산의 10%인 약 37억원을 삭감했다.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방심위원장과 두 상임위원을 합해 모두 2억 4200만원 연봉을 삭감하고 그만큼 평직원 처우 개선에 사용하라고 부대의견을 달았다.

이날 회의에서 류 위원장은 “독립기관에 대해 국회 상임위가 연봉 삭감 의견을 내는 건 처음”이라며 “독립된 기관장 연봉을 삭감하면 누가 소신껏 일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10%를 반납한다”고 말했다. 10%는 류 위원장이 임의로 정했다.

공석인 상임위원 두 명의 연봉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김정수 위원은 “국회 상임위 부대의견이 설사 본회의에서 의결됐더라도 부대의견에 불과하다”고 말했고 강경필 위원은 “부임하지 않은 상임위원 연봉은 의결에서 제외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방심위는 야당이 위원 추천에 협조하지 않아 정원 9명 중 대통령 추천 몫 3명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13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방문해 류희림 방심위원장과 면담한 뒤 농성 중인 직원들에게 지지 발언을 하고 있다. /박성동 기자

의결이 이뤄지는 동안 회의장 밖에서 직원들은 ‘차관급 연봉이면 충분하다’, ‘상임위 의결을 따르라’며 구호를 외치고 반대했다. 방심위 예산 전액을 지원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3일 “상임위 부대의견을 통지하오니 이를 고려해 사업수행계획을 수립”하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날 류 위원장은 노조에 입장문을 보내 법적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노조는 위원장실 앞에서 10% 삭감에 반대하며 4시간 가까이 농성했다. 류 위원장은 “위원장실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2시간 가까이 갇힌 셈이 됐다. 수행해야 할 업무도 방해받았다”며 “불법적 행위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류 위원장의 신고로 경찰관들이 출동하는 소동을 빚었지만 직원들이 류 위원장의 출입을 막지 않아 불법행위로 판단하지는 않았다. 직원들은 류 위원장에게 밖으로 나와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었고 류 위원장과 충돌하지 않았다.

류 위원장은 또 “성실의무 위반은 물론 불법적 쟁의행위에 해당되지 않는지 엄정하게 따져 볼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직장 내 농성은 시설 전체를 점거해 업무를 방해하거나 폭력을 동원하지 않는다면 쉽게 불법적 쟁의행위로 보기는 어렵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과방위원인 최민희, 김현, 정동영, 노종면, 김우영 의원은 이날 방심위를 찾아 류 위원장과 면담하기도 했다. 이들 위원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추진하면 류 위원장 연봉을 다시 깎는 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간부들이 줄사퇴 의사를 표명한 가운데 방심위 노조는 조만간 파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방심위는 이날 회의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장면을 보도한 MBC와 JTBC에 법정 제재를 염두에 둔 관계자 의견진술도 결정했다. 같은 장면을 내보낸 다른 7개 방송사는 사과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제재가 아닌 행정지도만 의결했다. 11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 화면을 서로 뒤바꿔 보도한 KBS는 신속심의 안건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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