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심의를 반복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올해 예산이 국회에서 크게 깎인 데 대해 직원들이 위원장의 책임을 촉구하며 농성하자 류 위원장이 경찰을 출동시키는 등 소동을 빚었다.
10일 오전 방심위 직원 80여명은 류 위원장 집무실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국회 상임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견대로 위원장 연봉을 30% 삭감해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류 위원장이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해서다. 류 위원장은 13일 전체회의에서 임금 10% 삭감안과 3.1% 인상안을 동시에 올려 검토할 계획이었다.
직원들은 류 위원장이 직원 앞에 나와 직접 입장과 예산 삭감 대책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류 위원장은 12시쯤 집무실 밖으로 나오려다 직원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다시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이후 경찰에 신고했고 30분쯤 뒤 경찰관 예닐곱명이 출동했다.
류 위원장이 경찰에 신고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은 감금이나 주거침입 등 혐의는 성립하기 어렵다고 봤다. 다만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현장을 통제했다. 김준희 방심위 노조위원장은 “류희림씨의 출입을 막으려는 게 아니라 대답을 들으려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류 위원장은 농성을 벌인 지 4시간 가까이 지난 오후 2시가 돼서야 집무실에서 나왔다. 류 위원장은 “노조위원장에게 내 입장을 충분히 밝혔다”며 “더는 밝힐 게 없다”고 말한 뒤 경찰의 도움을 받아 건물 밖으로 나갔다. 직원들은 “직원들 앞에서 직접 설명하라”거나 “어딜 도망가느냐”며 항의했다.
직원들은 류 위원장과 이현주 사무총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두 사람을 막아 세우거나 접촉하는 등 충돌하지는 않았다. 농성한 직원 중에는 지난해 말 보직 사퇴 의사를 표한 간부들도 있었다.
류 위원장은 농성 중 김준희 노조위원장을 만나 자기 연봉 10%를 깎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류 위원장은 ‘나는 급여를 바라보고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며 ‘다음 위원장이 삭감된 연봉을 적용받을 수 있어 30% 삭감은 할 수 없다’는 등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류 위원장은 국무총리와 비슷한 약 2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국회 과방위는 2025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위원장 연봉 5000만원 삭감을 포함해 상임위원과 사무총장 등 임금을 총 2억 4000여만원 삭감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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