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에 반기' 간부 줄사퇴 방심위, 사실상 업무마비

전체회의 4시간 전 급히 일정 취소
방통위, 류 위원장 연봉 삭감 요구 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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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연합뉴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간부들이 류희림 위원장에 반기를 들면서 줄사퇴한 가운데 방심위가 전체회의를 당일 급히 취소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간부들이 업무에 협조하지 않아 사실상 내부적으로 기능이 마비되는 형국이다.

방심위는 8일 오후 3시 예정된 전체회의를 4시간 전에 취소했다. 방심위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보도와 관련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오늘 전체회의는 연기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안건이 이미 제외된 상태였다.

갑작스러운 회의 취소는 최근 간부들의 잇따른 보직 사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간부들이 휴가를 내 자리를 비웠고 일부는 방심위가 정상 운영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회의는 적절치 않다며 연기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방심위는 실국장 8명 중 7명, 지역사무소장은 5명 전원, 팀장급은 27명 중 21명이 지난해 12월30일과 31일 보직에서 일괄적으로 물러나겠다고 밝힌 상태다. 실국장들은 “유임의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는 입장문에 서명하고 류 위원장에게 제출하기도 했다.

2일에는 류 위원장과 가까운 장경식 국제협력단장도 사퇴에 동참했다. 실국장 중 사퇴 뜻을 밝히지 않은 간부는 류 위원장 최측근인 박종현 감사실장뿐이다. 박 감사실장은 지난해 7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넘겨받은 류 위원장의 ‘민원사주’ 신고건 조사를 맡고 있다.

류 위원장은 이종육 기획조정실장의 후임으로 서정배 실장만 12월31일 임명했다. 나머지 간부는 후속 인사를 하지 못해 사퇴서를 수리하지 않고 있다. 방심위 내부에서는 대다수 직원이 류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직원들은 국회에서 올해 방심위 예산을 10% 삭감한 책임이 편파·정치심의를 계속해 온 류 위원장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류 위원장은 예산 운용안을 검토하며 위원장의 총리급 연봉을 5000만원 삭감해 차관급으로 조정하라는 국회 상임위 의견을 무시해 더 큰 반발을 샀다.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에서도 방심위 예산 편성 문제가 논의됐다. KBS 기자 출신으로 위원장 다음 직책인 이현주 방심위 사무총장은 “지난해 말 류 위원장이 저와 실국장에게 연봉 10%를 삭감하겠다고 했다”면서 “그다음 날에는 전향적으로 액수와 절차에 대해 실무자와 합의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 출석한 김준희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심위지부장은 직원들이 연봉 삭감을 건의했지만 류 위원장이 거부했다고 상반된 증언을 했다. 김 지부장은 “방심위는 내부에서 붕괴했다”며 “류희림씨의 즉각 사퇴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방심위에 예산을 지급하는 정부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조만간 다시 예산안 운용 계획을 방심위와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박동주 방통위 방송기반국장은 “(상임위 의견을) 존중해서 예산안을 올리라고 방심위에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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