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국힘 '법치무시, 적반하장'... 일부 언론, 소극·적극 동조

[언론계 "내란사태 본질 왜곡 말아야"]
"미확인 정보 검증·반론없이 중계…
민주주의 회복 관점서 분석·보도를"

  • 페이스북
  • 트위치

12·3 불법 계엄과 내란 혐의로 수사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은 거부한 채 자신을 체포하려던 수사팀과 영장 집행 현장을 촬영한 언론사를 고발한다고 밝혔다. 탄핵심판에선 언론이 대통령을 “난도질”하고 있다며 “약자” 운운했다.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던 여당은 이제 “사기 탄핵”, “불법 체포”를 주장하며 대통령을 엄호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공당이자 여당의 입장이란 이유로, 균형을 맞춘다는 등의 이유로 실시간 중계·보도되고 있고, 급기야 대통령 지지율이 40%에 육박한다는 한 여론조사 결과와 만나 정당성과 설득력을 얻은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김기현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 44명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겠다며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모였다. /뉴시스

이런 상황에 언론계 내부에서 경고음을 울리고 나섰다. 한국기자협회 등 8개 언론현업단체 대표들은 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사태의 본질을 왜곡하는 정치권의 발언과 SNS상의 미확인 정보를 검증과 반론없이 인용하거나 중계해서는 안 된다”며 언론에 책임 있는 역할을 주문했다. 단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언론은 내란 범죄자들과 내란을 옹호하는 자들의 발언에 대해 반드시 사실 여부를 검증하고 반론을 보장해야 하며, 내란사태의 경과를 정쟁이나 대결의 구도가 아닌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합리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보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내란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사회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내란사태는 “옳고 그름이 명확한”, 그래서 복잡할 게 없는 사안인데 허위 주장과 정보가 확산하면서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지적이다. 박성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은 “국헌문란 사태를 정치적 찬반이나 입장차나 견해차로 변질시켜 정치적 손실을 만회하려는 이들이 언론을 도구로 이용하려는 모습이 보인다”며 “그들이 어떤 주장을 하고 근거는 무엇인지, 무엇이 입증되지 않는지 반드시 검증하고 표식을 남기는 것이 언론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 측은 노골적으로 언론에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3일 열린 탄핵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윤 대통령 측은 언론의 비난 때문에 고립된 약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한남동 관저 일대를 촬영한 JTBC, MBC, SBS 등 방송사와 유튜버를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하기도 했다. 앞서 대통령의 ‘가짜 출근’ 의혹을 보도했던 한겨레 기자는 경찰 조사를 받은 다음 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비판적인 언론에 ‘왜곡 보도’ 낙인을 찍어 취재를 거부하는 일도 이어지고 있다. 내란죄 핵심 피의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면서 MBC, JTBC 등 특정 언론사를 거부해 논란이 일었는데, 국민의힘 소속인 이장우 대전시장도 6일 시정브리핑에서 대전MBC 기자의 질문을 대놓고 거부했다. 이 시장은 이날 기자의 질문을 끊으며 “MBC는 답하지 않겠다. 왜곡할텐데”라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달 브리핑을 하며 MBC 기자의 질문을 뭉갠 것과 비슷한 방식이었다.


이에 전국MBC기자회는 7일 성명을 내 “대전MBC가 12·3 비상계엄 당시 ‘집에 있었다’는 이 시장의 행적을 비판 보도하자,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며 “시민을 대신해 당연한 지적을 했는데 이 시장은 공식 석상에서 아무런 근거 없이 MBC를 왜곡 보도나 하는 이상한 언론으로 치부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김영환 충북지사도 취재 기피 등 비슷한 행태를 보인다고 지적, “이들의 선택적 언론관은 임기 내내 국민과 언론을 ‘입틀막’ 한 윤 대통령을 그대로 빼닮았다”고 꼬집으며 이는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무시하는 반헌법적인 폭거”라고 규탄했다.


이처럼 특정 언론에 대한 ‘혐오’ 메시지는 취재 현장에서 실질적인 위협으로 작동되기도 한다. 대통령 탄핵·체포 반대 시위가 열리는 한남동 관저 주변에선 MBC 취재진이 표적 공격을 당하는 일이 흔히 벌어진다. 나준영 한국영상취재기자협회장은 “탄핵 반대 집회 현장을 취재하는 영상, 사진기자들에게 물리적 위협을 가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 같은 취재 방해 행태들 또한 언론자유에 대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