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사직서 반려… '0인 방통위' 면했지만 재허가 심사 등 혼란

김 직무대행, 국무회의서 '헌법재판관 임명' 반발
사직서 냈지만 최상목 권한대행이 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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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의 헌법재판관 임명에 반발하며 사의를 표명해 논란이 일었던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직무를 이어가기로 했다. 지난해 12월31일 국무회의에서 일어난 김태규 대행의 사퇴 소동으로 새해부터 방통위는 상임위원이 아무도 없는 ‘0인 체제’ 위기를 맞닥뜨렸으나, 다음날(1일) 사직서가 반려되면서 혼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법상 방송의 독립성이 명시된 합의제 기구의 수장이 정치적 독립성·중립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3일 경기 과천시 방통위에서 열린 시무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6일 ‘방통위 직무대행 사퇴’ 등에 대한 현안질의로 진행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선 김태규 대행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내란 수괴 윤석열을 수호하기 위해 방통위를 내란에 부역하는 기관으로 만들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나왔다. 이날 김태규 대행은 건강 문제를 이유로 불참했는데 대신 참석한 조성은 방통위 사무처장은 “기사를 통해 (김 대행 사직서 제출) 소식을 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 직원은 어떻게 받아들였느냐’는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조성은 처장은 “많이 힘들어했다”고 답했다.


지난해 12월31일 국무회의 참석자 전언을 바탕으로 당시 대화를 재구성한 2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최상목 대행이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하기로 발표하자 김태규 대행은 ‘이렇게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법이 어디 있나’ ‘헌법재판관 2명을 최근에 만났나,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야기한 것은 아닌가’ 등 따져 물으며 반대 입장을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권한대행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한 김 대행은 이날 본인의 사직서를 제출했다.


다음날인 1일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수석급 이상 참모진도 일괄 사의를 표명했는데 “탄핵심판과 내란 수사를 어떻게든 지연시키려는 윤석열의 시도와 궤를 같이하는 것”(경향신문 사설)이라는 언론의 비판이 잇따랐다. 민주당도 1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더구나 방통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망가뜨린 김태규 대행은 국무위원도 아니”라며 “정부위원의 대행에 불과한 사람이 이런 행패에 가담하다니 가소롭다”고 지적했다.


‘0인 체제’ 위기에선 벗어났지만, 새해에도 ‘1인 체제’ 파행 운영으로 인한 방통위 내 혼란은 이어지는 형국이다. 5인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는 이동관 당시 방통위원장 시절인 2023년 8월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 2명만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다 ‘2인 체제’에서 KBS·MBC 등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강행한 이진숙 위원장이 지난해 8월2일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되어 김태규 대행 홀로 남은 방통위는 사실상 아무런 안건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방통위가 지난해 끝마쳤어야 할 주요 의결은 해를 넘기게 됐는데 KBS 1TV, MBC, EBS, TBS 등 방송사 재허가 심사도 기약이 없는 상태다. 이들 방송사를 회원사로 둔 한국방송협회는 12월26일 방통위에 향후 재허가 심사 절차 및 계획 안내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 “방송사업자의 귀책사유가 아닌 재허가 심사 지연으로 인해 회원사에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방통위는 12월30일 재허가 대상 방송사들에 공문을 발송해 “현재 1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재허가 의결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위원회 구성이 완료되는 대로 조속히 재허가 절차를 행진할 예정이며 재허가 대상 방송사업의 안정적인 방송 유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탄핵 심판 결론에 따라 방송사들의 ‘무허가’ 상태는 유례없이 길어질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는 당초 지난해 12월24일 세 번째 변론기일을 끝으로 변론을 끝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신임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이유로 헌재는 오는 15일로 변론 기일을 미뤘다.


일각에선 헌재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집중하기 위해 이진숙 위원장 탄핵심판 변론을 연기했다는 분석도 나온 만큼, 결정까지는 더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헌재는 심판 사건을 접수하면 180일 안에 선고해야 하는데 이진숙 위원장 탄핵 심판의 경우 오는 28일까지다. 이 위원장이 복귀한다 해도 ‘2인 체제’ 의결은 위법 소지가 있다는 법원 판단이 계속 나오고 있어 국회 몫 상임위원 임명 전까지 의결을 하기엔 여러 부담이 있다.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인해 방통위가 통상 연말 실시했던 새해 업무계획 발표도 미뤄지고 있다. 다만 정부가 최상목 권한대행 주재로 2025년 정부 업무보고를 추진하기로 한만큼 방통위는 업무보고를 마친 14일 이후 방송 규제 방향, 추진 과제 등이 담긴 업무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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