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이 시작됐다. 그러나 새해의 문턱을 넘으며 바라본 세상은 그리 밝지 않다. 지난해, 지구 곳곳에서 벌어진 극단적인 기상이변은 기후위기가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파고들었음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전 지구 평균기온이 이미 1.5도 이상 상승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한반도 역시 기록적인 폭염과 국지적 폭우,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인한 폭설을 여실히 체감 중이다. 그런데도 기후 문제에 대한 관심은 잠깐 타오르다 쉽게 사그라진다. 총선을 앞두고 기후 공약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으나, 선거가 끝나자 곧바로 정쟁과 경제 문제에 묻혀버린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그렇다고 해서 비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지난해 이맘때 ‘모두 기후기자가 되자’고 외쳤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올해는 한 번 더 노력해 볼 생각이다. 물론 쉽지 않은 길임을 잘 알고 있다. ‘기후 부정론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과 한국이 처한 저성장 국면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기후 대응은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투자와 그린 비즈니스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새로운 고용 창출과 산업 성장이 동반되고 있다. 덴마크와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65%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관련 산업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육성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미국에서도 기후 대응을 새로운 산업 기회로 삼은 사례가 늘고 있다.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연료전지 기업 ‘블룸 에너지’는 2018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고, ‘넥스트에라 에너지’는 2009년부터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사업 비중을 대폭 늘려 2020년대에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미국 주요 석탄·가스 중심 전력 회사들을 뛰어넘었다. 2016년 설립된 스웨덴의 배터리 스타트업 ‘노스볼트’는 누적 1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하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는 기후위기 속 저탄소 전환과 관련 산업 육성이 국가 경제 및 사회적 돌파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에서도 2차전지 소재, 신재생에너지, 수소 기술 등을 다루는 기업들이 상장했거나 상장을 추진하며 기술 고도화와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기후위기를 경제 성장과 산업 혁신의 기회로 삼을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 있는 것이다.
기후 문제는 사회나 산업의 적(敵)이 아니다.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전 지구적 대격변의 시대에서 침체를 벗어날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기후 문제를 피곤한 부담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취재와 보도를 통해 시민들에게 알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해법을 모색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방향을 찾아야 할 때다.
황덕현 뉴스1 기후환경전문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