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186) 우리가 함께할 수 있다면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폭풍우가 지나간 것 같은 이 며칠 사이의 일들로 내내 밤잠을 설쳤다. 계엄령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무안공항에서 일어난 사고로 귀한 생명들이 목숨을 잃었다.


3년차 기자인 나는 이 일들을 목격하고 기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던 처음을 떠올렸다. 거창한 이유는 아니었다. 그저 내가 세상을 잘 모르는 것 같아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똑바로 보고 싶었다. 인간 속에 걸어 들어가 가까이에서 희로애락을 보는 직업인으로 일한다면 의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얼마 전 누군가 내게 기자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현장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는 능력?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진정성이 아닐까. 현장에는 다양한 모습을 한 사람의 마음이 모여 있다. 나는 그 마음을 헤아리고 듣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고 있다.


최근에 조성진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즐겨 듣고 있다. 3악장으로 이루어진 이 곡은 라흐마니노프가 우울증 완치 후 작곡해 자신의 정신과 진료 의사였던 달 박사에게 헌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다소 음울하게 시작된 멜로디는 2악장으로 넘어가며 환희로 가득 차게 된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눈보라가 몰아치는 길을 힘겹게 걷다가 모든 것이 잠잠해졌을 때 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발견한 듯한 느낌이 든다. 벅찬 감동과 함께 그럼에도 삶은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어려웠던 한 해였다. 힘든 시간을 보냈을 여러분과 이 음악을 듣고 싶다. 그렇게 마음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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