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민주노총에 맞아 혼수상태? 팩트체크로 바로잡았다

블라인드서 다른 SNS, 보수언론 등으로 확대생산
국민의힘, 허위게시물 인용해 보도자료 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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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집회를 벌이던 민주노총 등 진보단체 회원들이 관저 방향으로 행진하려다 경찰에 가로막혀 있다. /연합뉴스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집회 중이던 민주노총 노조원에게 맞아 경찰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허위 게시물의 사실관계를 언론이 하루 만에 바로잡았다.

KBS는 5일 오전 9시 30분쯤 가장 먼저 관련 보도를 내놨다. KBS는 경찰과 소방당국을 취재한 결과 경찰관이 누군가 던진 무전기에 맞긴 했지만 치료받고 다시 근무에 투입됐고 119에서는 관련 신고를 받고 출동한 기록 자체가 없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각 경향신문은 더 자세히 사실관계를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전날인 4일 낮 12시쯤 민주노총이 관저 방향으로 행진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했고 안면에 3~4cm가량 상처를 입은 경찰관 한 명이 순천향대병원에서 치료받고 당일 오후 복귀했다고 보도했다.

무전기 투척과 별개로 민주노총에서는 조합원 2명이 경찰을 폭행했다며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됐다. 민주노총 측에서도 1명이 다치기도 했다.

4일 직장인들이 사용하는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민노총 집회 참가한 사람이 인파 막고 있는 우리 직원 무전기 뺏어 그대로 머리 찍어서 지금 혼수상태”라며 “뇌출혈이 심해서 뇌사 판정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블라인드는 직장에서 쓰는 이메일을 통해 본인 확인을 거쳐야 가입할 수 있다. 실제 경찰 관계자가 게시글을 작성했을 수 있지만 사실관계를 잘못 알았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해당 게시글은 이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다른 SNS를 통해 빠르게 번졌다. 보수 성향 매체 스카이데일리 등에도 인용돼 보도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진짜뉴스 발굴단’ 명의로 오전 7시 기자들에게 블라인드 게시글을 인용한 보도자료를 보내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경찰관이 혼수상태에 빠진 사건을 경찰이 쉬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전날 관저에 경비인력 증원을 검토하라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시를 거부한 일과 묶어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언론을 통해 “경찰청은 블라인드에 글을 작성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민주노총을 음해한 경찰이 누구인지 밝히고 엄중히 문책하라”는 입장을 냈다. 민주노총은 3일부터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체포하겠다며 철야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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