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루하다” “막장극” “제2의 내란” “법이 우습나”
3일 체포영장에 불응하며 끝내 집행을 무산시킨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신문들이 비판을 쏟아냈다. 4일 아침 신문들은 전날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대통령 관저 앞을 가로막은 군·경호처와 5시간30분 동안 대치하다 철수한 상황을 상세히 전하며 법 집행을 방해한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동아 “대통령 체포 시도 현장이 전 세계 생중계… 부끄럽고 참담”
동아일보는 1면 <‘인간 방패’ 뒤에 숨은 尹머, 5시간30분 체포 대치> 머리기사에서 “윤 대통령이 경호요원과 극우 유튜버, 아스팔트 우파 시위대를 방패 삼아 체포 위기를 모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어 <국민과 세계가 지켜본 5시간 반… 부끄럽고 창피하지 않나> 제하의 사설에서 “지난 연말엔 난데없는 비상계엄 선포로 세계적인 망신거리가 되더니 이젠 정당한 체포영장 집행에 경호원들을 앞세워 버티는 ‘막장극’까지 연출하나.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건가”라고 했다.
동아는 3일 미국 CNN과 영국 BBC 등 주요 외신들이 “서울에서 극적인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시도 현장을 실시간 속보로 전한 것을 가리키며 “민주화와 경제 발전을 동시에 이룩한 모범 사례로 꼽히는 나라에서 어쩌다 현직 대통령 체포를 놓고 공권력이 대치하는 장면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일까지 벌어진 건지, 마치 부정선거가 횡행하는 나라처럼 비치게 된 건지 부끄럽고 참담할 뿐”이라고도 했다.
중앙일보도 “취임식에서 ‘헌법의 준수’를 엄숙히 선서한 대통령이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불복하는 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며 “윤 대통령은 언제까지 사법적 절차를 무시하며 국민을 참담하고 부끄럽게 하려고 하는가”라고 사설에 썼다. 이어 새해 첫날 관저 앞 지지자들에게 자필 서명 메시지를 낸 윤 대통령을 향해 “일부 지지자를 선동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촉구하며 “대통령이 앞장서 국론 분열을 부추기는 행동이 대한민국의 국격을 추락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도 대통령의 대응을 두고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기를, 법질서의 수호자이기를 스스로 거부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국민일보는 체포영장이 반드시 집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는 법적 다툼의 문제가 아닌 법의 권위를 지키는 문제”라며 “공수처는 이를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하고 “현재 경호처 지휘권을 갖고 있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도 이를 적극 행사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경향 “최 권한대행, 체포영장 집행 협조 경호처에 명확히 지시해야”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선 행위를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한국일보는 <경호처, 법 위에 있는 걸로 착각하나> 제하의 사설에서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 경호 대상 위해 방지 목적의 경호법을 들이대는 건 경호처의 맹목적인 경호를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 경호로 사법 방해를 거듭한다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경호처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이날 신문은 발행하지 않았지만 사설을 내고 “12·3 비상계엄에 무고한 군 장병을 동원해 군의 사기를 떨어뜨린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예 자신의 ‘사병’처럼 부린다. 더 이상 대통령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파렴치하고 추하다”고 비판하며 “이런 내란 혐의자를 지키겠다고 나선 경호처도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도 3일 오후 낸 사설을 통해 “윤석열의 영장 집행 저지로 ‘12·3 내란’은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면서 “그런데도 경호처 지휘 권한이 있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아무런 조치도 없이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아예 ‘대통령’ 직함을 떼고 “오는 6일까지 반드시 윤석열을 체포한 뒤 구속해 내란죄 수사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최 권한대행은 더 이상 내란 피의자의 ‘사병’이 아니라 국가의 녹을 먹는 공직자로서 윤석열의 체포 영장 집행에 협조하라고 경호처에 명확하게 지시해야 한다”면서 “공수처와 경찰은 적법한 영장 집행을 막는 그 누구라도 지위고하 없이 처벌하고, 민심의 총합일 윤석열의 체포·구속을 조속히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 “문 정권 졸속 수사권 조정이 내란죄 수사권 논란 초래”
조선일보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벌어진 “국론 분열·갈등·혼란”을 지적하며 “이 사태엔 윤 대통령 책임이 크다”고 했다. “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수사권 문제를 들어 법원이 발부한 영장까지 인정하지 않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도 꼬집었다.
다만 조선은 윤 대통령 측이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의 영장 청구는 위법이고, 그에 따른 영장 발부는 원천 무효”라며 버틸 수 있게 만든 건 문재인 정부 때 이뤄진 졸속 수사권 조정 때문이란 점도 지적했다.
조선은 <文 정권 졸속 수사권 조정이 초래한 내란죄 수사권 논란> 제하의 사설에서 “대통령은 공수처 수사 대상이고, 현직 대통령을 확실하게 수사할 수 있는 범죄는 내란죄와 외환죄뿐이다. 그렇다면 이 범죄들이 공수처 수사 범위에 포함됐어야 하는데 빠진 것”이라며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최소화하겠다면서 상당수 범죄 수사를 경찰에 맡기고 공수처까지 출범시키면서 각 기관의 수사권을 세밀하게 정리하지 않은 탓”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선은 “이런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공수처, 영장 재집행할까…조사 후 구속영장 청구할 수도
한편 한국일보에 따르면 1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에 실패한 공수처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음 카드를 고심 중이다. 한국은 4면 머리기사에서 “체포영장 유효기간은 이달 6일까지로, 공조본은 한 차례 이상 영장 집행을 더 시도한 뒤 다음 카드를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며 “주말인 4, 5일에는 한남동 관저 주변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몰릴 가능성이 커서, 재집행에 나선다면 평일인 6일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구속영장으로 직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국일보는 “체포영장 집행을 놓고 대치하면서 충돌 위험을 키우기보다 공수처가 재차 소환 통보를 하고, 윤 대통령이 자진 출석하는 방향으로 협의할 가능성도 있다”며 “윤 대통령 측은 이날 관저 앞에서 공수처 검사들과 '조속히 변호인 선임계를 내겠다. 그 이후에 절차를 협의하자'는 취지로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윤 대통령 조사 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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