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리인단 "대통령은 고립된 약자… 언론 난도질 때문"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
尹 측, 언론 탓하며 쟁점 주장 안 해
절차 문제삼자 "재판부가 판단할 일"
14일부터 본 재판… 주2회 속도전 예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받는 윤석열 대통령 측이 언론의 비난 때문에 고립된 약자가 됐다고 말했다. 계엄군은 국회에 왜 보냈느냐는 재판관 질문에 말 한마디만 하면 언론이 난도질을 한다며 답을 피하면서다. 국회 측은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반발했다.
국회가 청구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2차 변론기일이 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12월27일 열린 지난 기일에서 윤 대통령 측은 재판 당일에야 대리인단이 꾸려져 변론을 준비하지 못했다며 쟁점에 대해 별달리 주장을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기일에서도 윤 대통령 측은 주요 쟁점에 반론을 펴지 않았다. 특히 국헌문란 여부를 판단할 핵심 쟁점인 국회에 군과 경찰을 투입한 이유에 대해 함구했다. 어떤 말을 꺼내든 언론의 부당한 공격을 받고 있어 변론을 충분히 준비한 뒤에야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혁식 재판관이 “계엄을 선포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의견이 있어야 한다”며 “국회에 군경을 투입한 이유가 뭔지” 물었고 윤 대통령 측은 “그 이유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여기서 한마디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주장은 미루더라도 큰 줄기에서 주장해야 한다고 정 재판관이 재촉하자 윤 대통령 측 배진한 변호사는 “언론이 워낙 저희를 적대적으로 대하고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며 “저희는 정말 상상 초월로 고립된 약자 형태가 돼 있다. 한마디만 나가면 그냥 난도질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재판관은 “이 사건에 언론의 관심이 크기 때문에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재판에서 판단은 언론이 아니라 재판관이 한다”며 “언론에서 덤빌 것 같으니까 재판관이 파악할 수 있는 의견을 안 내고 판단하라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은 쟁점을 다투는 대신 재판의 절차를 문제 삼았다. 국회는 탄핵 심판이 형사재판처럼 진행돼 심리가 지연될 것을 우려해 법률상 내란죄 주장은 철회하기로 했는데, 탄핵소추 의결서의 주요 내용이 변경되면 국회에서 의결을 새로 받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측 배보윤 변호사는 “막상 재판이 시작되자 내란죄를 청구 사유에서 빼자고 하는 건 국민 기만”이라며 소추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또 탄핵소추 당시 법제사법위원회의 조사 절차를 사전에 거치지 않았고, 지난해 12월7일과 14일 탄핵안 표결을 두 번 진행해 일사부재리 원칙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 재판관은 “피청구인 측은 탄핵소추 의결서에서 오탈자도 고치면 안 된다고 하지만 그건 재판부가 판단할 부분”이라며 선을 그었다. 전혀 새로운 주장이 추가되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국회를 무력으로 장악한 국헌문란이라는 탄핵소추 취지 안에서 변동이 있다면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측은 윤 대통령 측이 주요 쟁점에 주장은 하지 않으면서 심리 절차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윤 대통령 측은 국회에서의 탄핵소추가 졸속이었으니 헌재의 심판마저 졸속이 돼서는 안 된다며 헌재법상 규정된 심판 기한인 180일이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날로 준비기일 절차는 마치고 본 재판에 돌입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 측이 쟁점 정리에 협력하지 않았지만 지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헌재는 14일과 16일, 21일과 23일, 다음 달 4일을 차례로 변론기일로 정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재판이 열리는 것이다. 본 절차부터는 당사자인 윤 대통령이 직접 출석해야 한다.
박성동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