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체포 실패, 한남동 일대 혼란… 기자들 봉변당하기도

'언제 체포되나' 새벽부터 취재
MBC 등 일부 언론, 표적 공격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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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에 실패했다. 3일 오전 8시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 공수처 수사관 30명, 경찰 특수단 인원 120명이 진입을 시작해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지만 약 5시간 만에 철수했다. 공수처는 군과 경호처 인력 200명이 가로막았다고 밝혔다.

첫 체포 시도가 무위에 그치면서 한남동 관저 주변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오후 1시30분쯤 공수처가 철수하자 관저 주변에서 윤 대통령 체포·탄핵 반대 시위를 벌이던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이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계엄을 옹호하는 집회를 주도했다.

3일 낮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근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경찰은 시위대가 차도를 침범하지 못하게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찰관을 촘촘하게 배치했다. /박성동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윤 대통령의 즉각 체포구속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3시부터 한남동 관저 입구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다음 날 저녁까지 1박2일 집중철야투쟁을 벌인다고 밝혀 양측의 충돌도 우려된다. 체포영장은 6일을 시한으로 만료된다.

체포 또 언제? 떠날 수 없는 기자들

체포영장 집행 가능성이 점쳐진 전날부터 한남동 관저 주변은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일부 지지자는 공수처에 항의하며 관저로 통하는 대로변 정문 앞에 드러눕기도 했다. 강제 집행이 이뤄져 이들이 해산된 뒤에는 관저 정문 앞 경계가 한층 강화됐다.

이보다 앞서 1일 윤 대통령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지지자들을 선동하는 메시지를 내면서 대통령 체포 시도를 막으려는 이들의 움직임은 더 격해졌다. 몇 지지자들은 날이 밝을 때까지 밤새 시위를 벌였다. 현장에는 취재진만큼 유튜버도 많았다.

대통령 관저 정문에서 50m가량 떨어진 경찰 통제선에서 기자들이 윤 대통령이 체포돼 나오는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박성동 기자

기자들은 3일 새벽 5~6시부터 나와 현장에서 대기했다. 전날 저녁에는 관저 정문 바로 앞까지 기자들이 접근할 수 있었지만, 이날은 경찰이 정문에서 약 50m 거리까지 취재진을 통제했다. 시위대는 그보다 먼 약 150m 바깥에서 통제됐다.

시위대 일부는 수시로 정문 가까이 다가와 통제선 안으로 들여보내 달라고 경찰에 요청했다. 한남동 주민이어서 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주장하면서 신분증을 제시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 탄핵 찬성 시민은 “이 사람들 극우다. 들여보내 주면 사고 친다”고 말하기도 했다. 탄핵 찬반 측 시민이 충돌하지는 않았다.

길 막고 폭행도…“비판이든 응원이든 흥분 말아야”

관저 정문이 바라보이는 육교도 새벽 5시부터 통행이 통제됐다. 기자들은 이미 더 이른 시각부터 이곳에 올라 촬영하고 있었다. 경찰은 육교를 통해 관저 정문 방향으로 이동하려는 기자들을 막되 이미 육교 위에 있는 기자들을 퇴거시키지는 않았다.

3일 대통령 관처 정문과 붙어 있는 한남초등학교와 이어진 육교 통행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박성동 기자

관저 근처 한남초등학교 앞에서는 시민 수십 명이 길을 막고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사를 선별해 기자들의 취재를 방해하는 일도 있었다.

한 주간지 사진기자는 카메라에 적힌 이름이 MBC 기자와 이름이 같은 탓에 오해를 사 통행을 저지당하고 욕설을 듣는 등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이 기자는 “경찰도 아니고 시민이 같은 시민의 통행을 막았다. 말이 안 된다”며 “만지지 말라고 했는데 마구 밀쳤다. 다수 대 혼자인 상태에서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3일 오후 한 주간지 사진기자가 통행을 막고 있던 탄핵 반대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이동하지 못하고 있다. /박성동 기자

전날 같은 곳에서 취재한 김상준 국민TV PD는 “시민들이 민병대처럼 길을 막았다”며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우리 편이 아니라는 식이었다. ‘탄핵무효’를 반복해서 외치면서 나를 쫓아냈다”고 말했다.

같은 날 MBC의 한 영상기자도 “취재 중 배터리와 렌즈 등 손에 잡히는 대로 시민들이 카메라를 막고 방해했다”며 “태극기가 달린 봉으로 카메라를 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 기자는 이틀 전 손을 맞아 크게 붓기도 했다. 둔기에 맞은 것 같은데 누가 때렸는지 정체도 파악이 안 된다”고 말했다.

2일 저녁 MBC 영상기자가 한남초등초등학교 앞을 막고 있는 탄핵 반대 집회를 촬영하고 있다. /박성동 기자

인터뷰 중 시민들이 수시로 “MBC가 여길 왜 와!” “공정방송을 해라”하며 시비했다. 한 명이 시작하면 더 많은 사람이 몰려들기도 했다. 이 기자는 “공격을 받을 때마다 피하고 싶긴 하다”면서도 “그래도 흥분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면 일이 커진다.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많은데 마찬가지로 이때도 흥분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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