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분별하고 서로 존중하는 조직문화 만들어 나가자"

[2025 신년사] 정희택 세계일보 사장

정희택 세계일보 사장.

세계일보와 제작단,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임직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며 여러분 모두를 이렇게 만나 뵙게 되니 진심으로 반갑습니다. 온라인으로 함께 하는 지방 주재 직원들도 감사합니다. 2024년 모두 수고하셨고 2025년 새해 원하는 모든 것을 성취하는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2024년은 대한민국 역사에 잊히지 않을 격동의 한 해였습니다.

지난 연말 비상계엄령 선포와 해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른 탄핵 정국은 지난해 모든 이슈를 덮어버릴 만큼 국내외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습니다.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인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우리 국민들에 자부심을 안겨준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여서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대통령 탄핵 정국의 후유증은 올해에도 이어져 정치, 경제, 사회, 국제적으로 불안하고 불확실한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지난달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최악의 항공기 참사로 179명의 탑승객이 희생돼 더욱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희생된 분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이런 어려운 시기일수록 우리가 처한 상황을 분별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등대’처럼 비춰주는 일 또한 언론의 사명일 것입니다. 지난 연말 시작된 ‘대한민국, 위기에서 길을 찾다’ 기획 시리즈는 극단적인 대결이 가져온 지금의 국난에도 불구하고 과거 지난한 역사의 어려움을 극복해 온 우리 한민족의 정체성을 되돌아보고 내일의 희망을 전하기 위해 시작된 것입니다. 세계일보가 수년 전부터 지향해 온 ‘신통일한국’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탄핵 정국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증오와 혐오의 정치, 평화통일 가능성을 지워버린 남북 간 대결 구도, 미래 세대의 절망을 보여주는 국가 소멸 위기와 지구 재난의 위험을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지혜를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언론의 기본 사명은 저널리즘의 원칙을 새기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창간 정신인 애천, 애인, 애국의 3대 사시(社是)와 조국통일의 정론, 민족정기의 발양, 도의세계의 구현이라는 3대 사지(社旨)를 중심하고 공생·공영·공의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세계일보의 모든 구성원이 되새겨야 할 원칙입니다.

지난해 우리는 ‘소멸 위기 대한민국’과 ‘망상, 가족을 삼키다’ ‘노인 일자리 100만 시대의 그림자’ ‘기후 위기 현장을 가다’ 등 차별화된 콘텐츠 보도를 위해 뛰어왔으며 네이버 구독자 300만을 달성하는 실적도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안보 차원에서 선도적으로 보도한 간첩법 개정 움직임은 국회에서 논의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세계일보만의 독자적인, 차별화된 콘텐츠를 많이 발굴해 국가 정책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세계일보는 심사숙고 끝에 지난해 5월부터 주 5일 발행을 시행했습니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근무 환경과 뉴스 소비 형태 변화 등으로 주 5일 발행을 선택하는 신문사가 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디지털 콘텐츠 강화의 필요성이 커진 만큼 지난 8개월간의 시행 결과를 토대로 개선할 점은 보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지난해 어뷰징 기사 및 낫 굿 팩터(Not Good Factor) 개선에 노력한 디지털미디어국도 디지털 콘텐츠의 경쟁력을 높이고 기자 개개인의 브랜드 전략을 강화하는 데 더욱 힘을 써주시기 바랍니다.

아직은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생성형 AI 기술과 뉴스의 만남은 언론 산업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탄핵 정국으로 잠시 논의가 중단됐지만 태스크포스팀 구성을 통해 세계일보 AI 준칙을 마련하고 콘텐츠 활용 폭을 넓히는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습니다.

비상한 위기에 도전적인 목표, 고통 분담의 각오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최근 몇 년간 넌미디어비즈니스 확대, 영업력 강화 등 콘텐츠 외 영역에서 매출과 이익을 성장시켜 왔습니다. 2024년은 2023년보다는 매출 규모가 성장하였지만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비용 증가 폭도 높아지다 보니 영업이익은 정체되는 구조적 한계에 도달한 듯하여 아쉬움이 큽니다. 논설위원실, 편집국, 디지털미디어국의 콘텐츠 부서와 영업 및 관리부서의 협업과 노력의 결과로 광고국과 대외협력국의 매출이 성장하였고 고전하던 디지털 부분의 매출도 일부 개선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에도 2023년보다는 조금 나아진 영업 실적이 예상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수고하신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올해 대한민국 경제 성장률은 1~2%대 안팎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그 마저도 쉽지 않다는 비관론이 많습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함께 고관세 리스크, 미·중 충돌에 따른 수출입 환경 악화가 예상되지만 우리 정치 상황은 극히 불안정합니다.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이 언제 가실 지도 알 수 없습니다. 비상한 위기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지 않으면 표류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2025년 사업 계획을 준비하면서 매출 부서에 여러 차례 공격적인 목표를 주문했습니다. 우리가 그런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면 지속 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2025년 사업 계획을 수립하면서 모든 부서에서 중장기 핵심 전략에 대해 의견을 받았습니다. 회사의 미래를 걱정하며 고심한 기획안들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기획안이 그저 보고서에 그친다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각 실·국에서 제출한 기획안들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실행해 나갈지 단계별 목표를 세우고 하나씩 성과로 이어져야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가 올해 세운 도전적인 목표를 달성해 나가려면 우리의 각오 또한 비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과거의 관성대로, 계속 해오던 대로 해선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자회사인 제작단과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도 전략적 변화를 꾀하는 새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외간 인쇄 시장이 어렵지 않은 해는 없었습니다. 제작단은 인쇄 수주 수익성을 높이는 한편 안전사고 관리에도 철저히 노력해 주십시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전략적 콘텐츠 강화와 함께 점차 영역을 넓히고 있는 넌미디어비즈니스 분야에서 결실을 맺기를 기대합니다.

회사는 각 부서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우리의 도전적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좌고우면(左顧右眄) 하지 않고 더 뛰고, 더 고민하고, 더 살펴보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마이너스 성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 구성원 모두 고통을 분담한다는 각오로 함께해 주시기 바랍니다. 불확실성을 기회로 만들기 위해 어느 한 부서, 특정 개개인이 아니라 한 마음, 한 뜻으로 힘을 모아 주십시오.

공과 사를 분별하고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갑시다.

그동안의 경영 성과를 여러분과 함께 하고자 몇 년에 걸쳐 임금피크제를 완전 폐지하고 안식 휴가 신설과 자녀학자금 확대, 명절 상여금 신설 등을 시행하였습니다. 2025년도에도 자녀학자금과 출장비 일부를 확대하고 현재 인사고과 시스템의 평가 항목 기준도 보완해 나갈 것입니다. 작지만 하나하나 개선하고 있으며 함께 고민해 주신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음 주가 되면 공채 28기 수습기자가 입사를 합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지속 가능한 조직’을 강조해 왔습니다. 저 또한 이곳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조직원으로서 이곳이 우리 후배들의 자녀가 입사하고 싶은, 발전하는 회사로 성장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 조직을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소명이자 책임입니다. 조직 문화가 중요합니다. 회사를 이끌어 가는 힘은 구성원 간 갈등과 대립이 아닌 조화와 소통, 신뢰와 협력입니다. 공과 사를 구별하고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하며 존중과 배려의 자세로 함께하는 조직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며 다시 한 번 창간 정신을 중심 삼아 진지한 성찰과 사회적 해법으로 국민께 신뢰와 사랑을 받는 언론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늘 성원해 주시고 함께해 주십시오. 2025년 임직원과 가족 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1월 2일
세계일보 사장 정희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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