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 선동하는 윤 대통령, 무책임한 참모들
헌법재판관 임명 반발... 대통령실 참모 줄사퇴
윤 대통령 "체포영장 무효"... 지지자 '방탄' 호소
2일 신문들 "어처구니없다", "추하다", "제2의 내란" 비판
2024년의 마지막 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같은 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했다. 이에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반발하며 사의를 표했고, 정진석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 참모진도 일괄 사의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영장 발부에 반발하며 관저 앞에서 탄핵 반대 시위를 벌이는 지지자들을 향해 끝까지 싸우자고 선동의 메시지를 냈다.
해를 바꿔 이틀 사이에 일어난 이 같은 일에 대해 신문들은 “어처구니없다”, “제2의 내란” 등의 평을 내놨다.
먼저 최 권한대행에 대한 일부 국무위원과 대통령실의 반발에 대해 동아일보는 2일 사설에서 “지금의 혼란이 어디에서 비롯됐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몰지각이 정부 내에 여전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흔히 ‘비서는 입이 없다’는데 하물며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의 비서와 참모에겐 더더욱 그렇다. 사실 그들은 그간 모시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입을 열었어야 했다”며 “한데 그때는 침묵하던 이들이 이제 와서 무슨 자격으로 바깥에 대고 볼멘소리를 하는지 의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국일보는 이를 “집단항명”이라고 봤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대통령실 참모들이 최 대행에게 반기를 든 것은 민심과 본분을 거스르는 일”이라며 “최 대행에게 맞설 용기로 왜 윤 대통령 오판은 저지하지 못했는가”라고 반문했다.
최 권한대행은 국정안정에 매진해야 한다며 사표 수리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경향신문은 사표 수리는 물론 이들의 내란 관여 여부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은 이날 사설에서 “헌정질서 회복과 국가적 혼란의 조기 수습보다 내란 우두머리의 사익을 좇는 이들은 더 이상 자리에 남아 국정을 논할 자격이 없다. 12·3 친위 쿠데타에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건,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윤석열이 국정에 음성적으로 관여하는 걸 차단하기 위해서건 진작 물러나야 했다”면서 “공수처는 정진석 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들의 내란 관여 여부도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이 1일 선동 메시지를 통해 지지층 규합에 나서면서 파문도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관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A4 한 장 분량의 서면 메시지를 전달했다. 직무정지 상태에서도 여전히 유튜브를 보면서 지지자 시위를 챙긴 그는 “나라 안팎의 주권침탈세력과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하다”며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하자 지지자들을 ‘자유민주주의 수호세력’으로 호명하며 자신의 체포를 막아달라고 호소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이들(극렬 지지자)을 방패막이로 내세워 시간을 벌어볼 심산이라면 치졸하기가 그지없다”며 “검사 출신이자 현직 대통령으로서 양심이 한줌이라도 남아 있다면 법 집행에 순순히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신문들도 대부분 영장 집행 과정에서 불상사가 벌어질 것을 우려하며 윤 대통령이 자진 출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산일보는 “체포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윤 대통령 관저 앞은 연일 수백에서 수천 명 규모의 탄핵 반대, 보수단체 시위대가 몰려들고 있다. 체포를 막겠다며 도로에 드러눕기까지 하며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자칫 불상사가 우려되는 대목”이라며 “윤 대통령 측이 체포영장 발부를 불법이자 무효로 주장해 시위대를 자극한 꼴이라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새해 벽두부터 현직 대통령 체포나 무력 충돌 우려를 주요 뉴스로 접하는 국민은 참담하다. 말이 좋아 ‘칩거 상태’지 사실상 소재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내란죄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각종 논리와 법적 수단을 동원하며 시간을 끄는 모습은 추하다”며 “만일의 불상사를 예방하고, 그나마 남은 대통령에 대한 예우도 받으려면, 자진 출석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도 “대통령이 관련 절차에 문제 제기하는 것과 법원 발부 영장에 불응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영장 집행 불응은 법 질서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은 “만일 대통령실이 체포 영장 집행을 가로막을 경우 큰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대통령이 이를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며 “체포영장 집행 전에 자진 출석해 당당히 조사”에 응하는 것이 “대통령다운 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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