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실국장급 간부에 이어 팀장급 간부들도 류희림 위원장에 반기를 들고 일괄 사퇴했다. 국회가 방심위의 편파심의를 문제 삼아 예산을 삭감했지만 류 위원장이 연봉을 지키겠다고 버티면서다. 류 위원장은 간부들의 줄사퇴에는 “무겁게 받아들인다”고만 밝혔다.
방심위 사무처 팀장 27명 가운데 17명은 1월1일자로 함께 물러나겠다며 12월31일 보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부산과 광주 등 5개 지역사무소장 5명도 모두 사퇴에 동참했다. 전날 방심위에서는 기획조정실장과 방송심의국장, 통신심의국장 등 실국장 6명이 사퇴 의사<사진>를 밝혔다. 실국장 중 류 위원장의 측근인 박종현 감사실장과 장경식 국제협력단장만 참여하지 않았다.
류 위원장은 12월31일 입장문을 내고 “일부 간부들의 보직 사퇴와 관련해 많은 의견과 우려가 있는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여러분과 함께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직원 여러분이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뢰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앞서 류 위원장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부대의견을 따르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과방위는 지난해 11월 2025년도 예산을 심의하면서 전체 예산의 10%인 약 37억원을 삭감했다. 편파·정치심의를 반복한 방심위 기능을 정지시켜야 한다는 취지에서였다. 부대의견으로는 위원장과 상임위원 두 명, 사무총장 등 4명의 인건비를 2억 4000여만원 삭감하라고 했다.
류 위원장은 자신의 임금을 깎으라는 과방위 의견을 따르지 않은 데 대해 “본회의에서 의결된 부대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린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12월10일 본회의를 통과한 예산안에선 해당 부대의견이 빠졌으므로 상임위원회의 의견을 반드시 지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직 위촉되지 않은 부위원장과 상임위원의 연봉은 위원장의 권한 범위 밖”이라며 “양해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방심위는 임대 공간으로 쓰고 있는 서울시 양천구 사무실 일부 층을 반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직원들은 예산 삭감을 초래한 류 위원장이 피해를 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방심위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류희림씨는 본인의 고액 연봉을 기어코 사수할 태세”라며 “방심위 직원들 100여 명은 사무실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고 규탄했다. 또 “류희림 부역자를 자처할 사람은 더 이상 없다”며 “구성원들에게 류희림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예의는 즉각 사퇴 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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