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일 방송사와 신문사들은 특보체제 전환, 속보 등을 통해 사고 소식을 발 빠르게 전했다. 다만 여객기 폭발 장면과 사고 수습 현장을 그대로 노출하거나, 탑승객 명단 공개, 유가족 배상금 액수 등 참사 때마다 고질적으로 나오는 비윤리적 보도로 인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날 오전 9시경 사고가 벌어진 직후 대부분의 방송사는 특보를 편성해 사고 소식을 보도했다. KBS는 이날 1TV에서 뉴스특보를 시작해 24시간 비상방송체제로 전환했으며 2TV에선 주말 정규 예능 편성을 삭제하고 교양 프로그램으로 대체 편성했다. 12월29~31일 생방송 진행 예정이었던 지상파 3사의 연말 시상식도 모두 취소됐다.
일부 방송사들은 참사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현장에서 메인뉴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참사 당일 정유미 SBS 앵커는 사고 현장에서 ‘8뉴스’를 진행하며 “현장에 직접 와서 보니 더욱 안타깝고 참담한 마음뿐”이라며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전하면서 현장에서 뉴스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다음날 JTBC도 서복현 기자가 무안공항 현장에서 ‘특집 뉴스룸’을 진행했다.
다만 사고가 일어난 초반 부족한 정보량에, 급박하게 뉴스 특보를 이어가며 몇몇 아쉬운 대목도 보였다. KBS와 MBC는 뉴스특보에서 비상 착륙을 시도한 사고 여객기가 콘크리트 구조물과 충돌해 폭발하는 장면을 그대로 내보냈다. 이후 이들 방송사는 공식 홈페이지와 유튜브 등에서 뉴스특보 다시보기를 중단하고 해당 영상을 수정하거나 삭제했다. 그러나 당시 특보에 나온 사고 장면이 X(옛 트위터) 등 SNS 상에 공유되고 있어 유가족과 시청자들에 심리적 충격을 안길 수 있다는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KBS, MBC, SBS 등 방송사들은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구조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사고 현장을 제보영상과 카메라 줌을 통해 송출했는데, 이들 라이브 영상에서 들것이 이송되는 모습, 잔해를 봉투에 수습하는 장면이 노출되기도 했다. 한국기자협회 등 5개 언론단체가 공동 제정한 재난보도준칙엔 “자극적인 장면의 단순 반복 보도는 지양한다. 불필요한 반발이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지나친 근접 취재도 자제한다”는 조항이 있다. 실제 해당 라이브 영상 댓글 중엔 “사고 수습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줘도 되는 건가, 윤리적으로 이래도 되는 걸까 싶다”며 “다 찍혀서 유튜브에 남는다니 고인들을 이렇게 욕 보여도 되는 건가”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조선일보가 참사 발생 3시간여 만에 여객기 탑승객 명단을 공개한 온라인 기사를 게재했다 삭제한 일도 있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기자협회보에 “이와 관련 말씀드릴 내용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한 조선일보 관계자는 “탑승자 명단은 희생자와 달라서 사람들이 주변인 안위에 필요한 정보가 아닐까 해서 게재한 것”이라며 “결국 이들 대다수가 희생자가 됐다는 발표가 있었고, 그 후 삭제했다”고 밝혔다.
희생자 신원 확인도 다 마치지 못한 안타까운 상황에서 유가족이 받는 배상금 액수에 대한 보도도 어김없이 나왔다. 이 같은 보도들은 사안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사고 수습과 참사 원인 규명을 원하는 유가족에게 또 다른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뉴스1 보도 영상에서 유가족인 한 70대 노인은 사고 대책에 대한 질문에 “사람이 이렇게 항공 사고 나면 돈 먼저 생각 안한다. 돈 필요 없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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