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탄핵심판 첫 기일… 취재진 130여명 '열기'

온라인 일반 방청신청 경쟁률 2000대 1
"헌법질서 유지가 목표"… 신속절차 강조
내년 1월3일 2차 준비기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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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적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취재하는 언론인과 역사적 현장을 직접 지켜보려는 시민 등 수백명이 몰린 가운데 27일 첫 변론준비기일이 진행됐다.

변론준비기일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예정돼 있었지만 기자들은 오전부터 일찌감치 현장 상황을 취재했다. 오전 9시 20분쯤 가장 먼저 도착한 OBS 기자는 “회사가 출입기자단에 소속돼 있어서 브리핑룸 자리를 쓸 수 있는데도 자리가 동날까 봐 일찍 나왔다”며 “기자단이 재판정 안팎에서 찍은 영상을 공유하는 풀단을 구성하기로 해 일찍 준비하라고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이 열린 27일 서울시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 영상기자가 재판 시작에 앞서 촬영하고 있다. /박성동 기자

오전 11시쯤 헌재가 집계한 기자 수는 50명을 넘겼고 오후 들어 촬영기자 등 모두 130여명으로 늘었다. 외신 기자들도 눈에 띄었다. 한 일본 방송사 특파원은 “일본에서는 총리가 탄핵 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데 이렇게 가까운 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어 관심이 크다”며 “탄핵 뒤 한일관계는 어떻게 달라질지도 관심”이라고 말했다.

변론준비기일은 본 재판에 앞서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는 사전 절차로 소심판정에서 진행됐다. 방청할 수 있는 좌석 100여 개가 있는 대심판정과 달리 소심판정은 30석이 채 안 돼 헌재는 대강당에 자리를 마련하고 소심판정 재판 상황을 기자들에게 영상으로 중계했다. 브리핑룸에도 90석이 마련됐다. 중계 화면 녹화는 허용되지 않았다.

온라인 사전 추첨 이후 9석 남은 방청권을 받기 위해 수십 명의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박성동 기자

소심판정에도 좌석 28개 가운데 기자석은 외신 2석을 포함해 10석이 배정됐다. 18석은 일반 시민 자리로 9석은 사전 신청을 받아 온라인으로 추첨했다. 온라인 추첨에는 2만 264명이 신청해 경쟁률 2251 대 1을 기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때의 796 대 1보다 높다. 나머지 9석은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배부했다.

방청권을 얻으러 오전에 헌재를 찾은 한 20대 여성은 “변호인단에서 수행 인원이 적게 오면 자리가 날 수도 있다고 들었다”며 “상황을 봐서 1시에 배부한다는데 기다려 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답답한 마음이 들어 방청하러 왔는데 촛불집회에도 두 번 참석했다”며 “집회 분위기도 참여하기 편안하고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면 답답함이 해소되는 듯해 좋다”고 말했다.

시사 유튜브 채널 ‘빨간아재’의 박효석 대표는 이날 오전 취재를 위해 천안에서 왔지만 정규 언론사 소속이 아니어서 대강당 출입이 거절됐다. 그는 “워낙 국민적 관심이 높은데도 헌재가 생중계하지 않기로 했다”며 “기자와 일반 시민이 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어 언론이 여과한 내용이 아니라 직접 재판의 전체 내용을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정형식,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 측은 소송위임장을 이날 오전 9시에야 제출했다. 재판 절차 시작일에 정식으로 대리인단을 꾸린 것이다. 변호인단은 배보윤 변호사가 총괄한다. 배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 헌재 공보관을 맡기도 했다. 검찰 출신 윤갑근,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기인 배진한 변호사도 변호인단에 참여했다.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내란수괴 혐의 등 형사사건을 변호한다.

세 변호사는 이날 기일에서 아직 재판 준비를 하지 못했다며 절차 연기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형식 재판관은 “대통령 탄핵 사건은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가장 시급하고 빨리해야 하는 것”이라며 “형사소송에서 피고인의 권리보호와 달리 탄핵심판은 헌법질서 유지가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시간을 보장해 주기보다 신속히 결론을 내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재판을 마친 뒤 배보윤 변호사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배 변호사는 재판이 예정된 시각인 2시가 돼서야 나타나 심판정에는 지각한 채 입장했다. /박성동 기자

탄핵안을 제기한 국회 측은 증인으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완수 전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전 계엄사령관 등 15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주로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된 군과 경찰 소속 피의자들이다. 재판부는 내부적으로 의논한 뒤 신청된 증인들을 채택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국회 측은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를 집중적으로 밝히는 등 이번 심판을 형사소송처럼 끌고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측이 증거를 엄밀하게 따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심리가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측은 형사법이나 계엄법 위반이 아니라 가능한 헌법 위반을 중심으로 주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탄핵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박성동 기자

이날 헌재 앞에선 탄핵을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기자회견이 길 건너편에서 진행됐지만 충돌은 없었다. 헌재 주변에는 담을 따라 전국 각지에서 보낸 탄핵 반대 화환 200여개가 놓이기도 했다. 화환에는 “부정선거 척결, 선관위 해체” “계엄령은 정당방위” 같은 문구가 쓰였다. 헌재는 내년 1월3일 오후 2시 변론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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