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통제한 김용현 변호인단 "가짜뉴스는 탄압해도 돼!"

기자들 "취재 방해하는 기자회견이 어디있나" 항의
업무방해·주거침입 신고, 경찰 10여명 출동하기도
SBS "일부 언론사 취재 불허 등 부적절" 보이콧

  • 페이스북
  • 트위치

3일 비상계엄을 주도해 내란 혐의로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이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몇 언론사에 취재를 거부해 취재진과 충돌했다. 변호인단 측이 업무방해와 침입죄를 주장하며 신고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SBS는 기자회견에 초청됐지만 김 전 장관 측이 언론 자유를 무시했다며 참석을 거부했다.

이하상, 유승수 변호사 등 공동변호인단은 26일 서울시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장관 측 입장을 전했다. 이들은 회견장 앞에서 기자 82명의 초청 명단이 적힌 문서를 들고 신분을 확인하며 입장을 통제했다. 변호인단은 전날 MBC와 JTBC 등 특정 언론사를 언급하며 출입 거부 의사를 밝혔다.

26일 서울시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 공동변호인단 기자회견에서 취재가 거부된 기자들이 관계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공동취재)

이날 KBS, JTBC, MBN, 채널A, 뉴스타파, 오마이뉴스, 뉴스핌 등이 현장을 찾았지만 취재가 거부됐다. MBC는 기자회견장에 오지 않았다. KBS는 16일 김 전 장관이 변호인단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해 취재가 거부됐다. 변호인단에는 확인 취재 없이 검찰 설명만 믿고 김 전 장관과 변호인단 사이를 이간질했다는 것이다. 변호인단 측은 다른 언론도 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하는 의혹을 검증 없이 보도하고 있어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외신인 로이터, 보수 성향의 뉴데일리, 스카이데일리 등은 명단에 없었지만 기자회견장에 입장했다. 보수 유튜버들도 참석했다. 변호인단 측은 기자회견 방송중계는 허용했다며 진보나 보수 성향을 떠나 왜곡 보도를 하는 언론은 질문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취재를 거부당한 기자들은 거칠게 항의했다. 뉴스타파 기자는 “취재를 거부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을 골라 차별하는 건 일종의 언론탄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 측은 “가짜뉴스를 하는 곳은 언론탄압을 해도 괜찮다”고 답하기도 했다.

변호인단 측은 기자회견을 방해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기자들은 “질문하는 게 방해냐”거나 오히려 “취재를 방해하는 기자회견이 어디 있느냐”고 따졌다. 어떤 기준으로 언론사를 차별했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변호인단 측은 “우리 기준이 있으니 설명할 의무는 없다”며 목소리를 높여 반말로 퇴장을 요구했다.

결국 변호인단 측이 경찰을 불러 서초경찰서 소속 경찰 11명이 몰려 오기도 했다. 경찰은 퇴거불응으로 주거침입죄가 될 수 있다며 기자들을 말렸다. 변호인단 측은 증거를 남기겠다며 기자들의 얼굴을 한 명씩 가까이서 촬영했다. 기자들은 오전 10시30분 기자회견 시작이 예정된 시각 전에 돌아갔다.

변호인단 측은 이날 보도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업무방해와 주거침입 등 혐의로 기자들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한 관계자는 “우리가 입건시키지 않으면 감사히 생각해야 한다”며 “기자는 치외법권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여러 차례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기자들이 촬영을 계속했다며 초상권 침해도 주장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 공동변호인단의 이하상 변호사(연단 위 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유승수 변호사. /연합뉴스(공동취재)

이날 기자회견은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변호인단은 김 전 장관이 야당의 독주에 경고하려 계엄령을 계획했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설명을 반복했다. 또 김 전 장관이 계엄포고령 초안을 작성했는데 윤 대통령이 야간 통행금지 조항은 삭제했다고 말했다. 계엄이 국민을 향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한 것이다.

한국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조 등 3개 언론 현업단체는 전날 공동 성명을 내고 “어떤 언론도 내란범의 입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취재 제한이 철회되지 않으면 나머지 언론도 기자회견 참석을 거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 SBS는 기자회견 참석을 거부했다. 기자협회 SBS지회는 “변호인단이 일부 언론사의 취재를 불허하는 등 언론 취재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모습은 부적절하다고 보고 취재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법률신문은 내부 사정에 따라 참석하지 않았다. 명단에 있는 다른 언론은 모두 참석했다.

기자회견에 나온 한 종합일간지 기자는 “기자회견인데 기자를 거부하는 건 이상하고 낯설었다”며 “전날 참석을 집단거부해야 한다는 성명을 봤지만 회사에서 별다른 지시는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런 상황이 일어나는 이 자체가 뉴스이기 때문에 취재하고 보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의 구속 기간은 28일 끝난다. 검찰은 조만간 김 전 장관을 구속 상태로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계엄사령관을 맡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 10명이 내란 혐의로 구속됐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은 아직 수사를 받지 않고 있다.

박성동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