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약처방' 기업회생 신청한 국제신문 "'나쁜 자본'과 결별"
전·현직 직원 147명 채권자 권한으로 20일 기업회생 절차 개시 신청
"무능·무책임한 대주주와 강제 결별하고 경영 정상화 방안 찾을 것…
뼈를 깎는 고통 있겠지만 좋은 기사, 신문 발행 포기하지 않겠다"
20일 기업회생을 신청하며 대주주 능인선원과의 법적 분리 절차에 들어간 국제신문이 23일 대시민 호소문을 내어 77년 전통의 지역 정론지 위상을 지켜내겠다고 약속했다.
국제신문은 23일 임직원 일동 명의로 ‘국제신문 반드시 지키겠습니다’란 제하의 대시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반드시 건강한 지역언론으로 살아서 돌아오겠다”면서 “그때까지 다시 한번 독자·시민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호소문은 24일 국제신문 1면에도 실렸다.
국제신문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비상대책위원회는 앞서 23일 오전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기업회생 신청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제신문 직원과 퇴직자 등 147명은 20일 부산지법 회생법원에 국제신문에 대한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체불임금과 미지급된 퇴직금 등 약 40억 원의 채권을 모아 채권자 자격으로 나선 것이다.
국제신문은 독자와 시민을 향한 호소문에서도 기업회생 신청 사실을 알리며 “더는 자력으로 국제신문을 살려낼 방법이 없어 법정관리라는 극약 처방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지역신문에서 일한다는 자긍심으로 “고질적인 임금 체불, 대주주의 경영 파탄 횡포”를 견디고 버텼지만, 이제 국제신문은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아 “인공호흡기나 심폐소생술, 심장충격기로도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들은 “현 대주주인 능인불교선양원(능인선원)이 경영에 개입한 2006년 이후 국제신문의 위상과 신뢰가 급격히 추락하면서 벌어진 일”이라면서 “대주주가 부도덕한 사장 선임을 강행하면서 경영은 파탄 났고, 국제신문에는 수치와 고통만 남았다”고 했다. 이후 국제신문은 심각한 자본잠식에 빠졌고, 부채는 자본금의 3배 수준까지 불어났다. 이로 인한 금융 비용도 국제신문이 떠안으면서 급여 체불은 일상이 됐고, 통장까지 압류되어 “매달 직원 급여를 털어 넣어 회사 부도를 막는” 지경이 됐다.
그런데도 대주주 능인선원은 “회사 경영 부실을 주주에게 책임지라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게 국제신문 측 설명이다. 국제신문은 “지금까지 대주주와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고 회사를 살릴 방안을 제시했지만, 능인선원과 이정섭 원장은 본 척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면서 “언론사를 경영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이정섭 원장은 회사야 어떻게 되든 말든 그동안 투입한 자금을 모두 회수하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국제신문 전·현직 기자와 사원 등 모든 구성원은 기업회생을 거쳐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주주와 강제 결별하고, 경영 정상화 방안을 찾으려고 한다”면서 “‘본전 생각’에 눈이 멀어 77년 전통 국제신문의 숨통을 끊고, 건전한 지역 공론의 장을 말살한 ‘나쁜 자본’과 반드시 결별하겠다. 부실 경영을 청산하고 지역언론의 건강한 가치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면 “뼈를 깎는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자본에 억압당하는 국제신문 전 구성원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기업회생, 법정관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신문을 만들고 싶다. 좋은 신문을 만들고 싶다”면서 “공정하고 정의로운 기사를 쓰겠다. 회생절차가 이어지는 동안 힘들다고 딴짓을 하거나 함부로 기사를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어떠한 역경에 처해도 반드시 매일 신문을 발행하겠다”면서 “지역신문 본연의 역할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국제신문 정상화를 위한 고된 걸음을 응원하고 나섰다. 언론노조는 23일 성명을 통해 “국제신문 정상화를 위한 투쟁에 뜨겁게 연대하겠다”고 밝히며 나아가 “제도적으로 지역언론의 민주적 역할을 보전하고 지역언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과 생존권을 사수하는 방안들 또한 변함없이 마련하고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고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