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세금이 이런 곳에?! 더 열심히 보도해야 하는 이유"

[시상식 중계] 제411회 이달의 기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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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제411회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시상식이 열렸다. 왼쪽에서 일곱 번째 박종현 한국기자협회장. /한국기자협회

한국기자협회가 23일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제411회(2024년 11월) 이달의 기자상 시상식을 열었다. 이번 기자상은 12개 부문 중 10개 부문에서 59편이 출품돼 CBS의 <대통령의 거짓말…윤석열 골프> 연속보도 등 5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시상식에서 박종현 한국기자협회장은 “보통 시상식은 경쾌하고 유쾌하게 자리를 마련하는데 정국이 복잡한 이런 때일수록 언론과 기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시민들이 생각할 것 같다”며 “우리 사회에 울림을 준 기사가 많았고, 1년 넘게 취재해서 길게 가져간 기사도 있다. 이 시국에 감사한 기사들”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3일 밤과 이튿날 새벽 기자들이 국회에서 안전을 확보받지 못한 채 취재했다며 “현장에 있는 기자들이 취재 일정으로 출품작을 내기도 힘들었을 텐데 몇 개월, 수십 년 뒤에 기자들의 역할이 좀 더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격려했다.

아래는 수상 내역과 소감이다.

취재보도 1부문

<대통령의 거짓말...윤석열 골프>

CBS는 국방부가 북한 군사도발을 이유로 현역 군인들에게는 골프 금지령을 내려 예약을 취소하고, 그 자리에 국군통수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골프를 쳤다고 보도했다. 11월10일 취재팀이 윤 대통령의 골프장 출입을 촬영했다는 사실을 알아챈 대통령실은 이튿날 기자들에게 사실과 다른 설명을 미리 내놓았다. 윤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골프 외교를 하려고 8년 만에 다시 골프를 시작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다음날 CBS는 윤 대통령이 트럼프 후보 당선 훨씬 이전부터 골프를 쳐왔다며 대통령실의 거짓말을 반박했다.

왼쪽 두 번째부터 유동근, 서민선, 김세준 CBS 기자. /한국기자협회

[수상 소감] 유동근 CBS 기자

취재에서 제일 중요했던 건 제보였다. 정치부 기자를 오래 하다 보면 제보자가 주로 정치권 인사로 국한돼 있는데 이번은 정치권 외부 한 시민의 제보를 놓치지 않고 취재를 이어갔던 것이 보도로 이어졌다.

제보를 처음 받고 최소한의 인원과만 공유했다. 그때 반응은 ‘윤석열 대통령이 어떻게 이런 시국에 골프를 치느냐’ ‘이 정도까지 강심장인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보통 사안이 아닌 만큼 취재에 공을 많이 들였다. 부조리함도 많이 느꼈다. 경호처의 행태도 기사로 담으려 노력했다. 취재가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 한 달 뒤 내란 사태가 이어졌다. 계엄이라는 더 큰 광기를 예감하지 못했다.

부모님과 친지, 부인, 가족에게 감사드린다. 부장과 선배, 동료 기자들, 그리고 함께 기사를 쓴 김세준, 서민선 기자, 다른 후배 기자들과도 영광을 공유하고 싶다.

경제보도부문

<K방산 날개 꺾는 낡은 규제>

한국경제신문은 1월 한국 잠수함의 도면이 대만으로 유출됐다는 단독보도를 한 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구조적 원인을 추적했다. 그 결과 폐쇄성이 높은 방위산업 특성상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규제는 많지만 정작 노하우를 보유한 고급인력 관리와 보안은 허술하다는 사실을 지난달 종합적으로 기획보도할 수 있었다.

왼쪽 두 번째부터 김대훈, 조철오, 정희원, 김다빈 한국경제신문 기자. 김우섭 기자는 참석하지 못했다. /한국기자협회

[수상 소감] 조철오 한국경제신문 기자

기자상을 처음 받았다. 기술 유출 분야를 한 해 동안 열심히 취재했다. 기술 유출 분야야말로 저희 경제지가 잘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경제지 경찰팀으로 늘 고민해온 지점이었다.

종합지가 형사 사건을 쫓을 때 경제지는 산업 관점을 갖고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번 기획에 임했다. 저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로 기자라면 누구나 탐내는 한국기자협회 기자상을 받았다. 저희 경찰팀이 올 한 해 열심히 살았다는 증표다.

김윤기 캡께서 이런 소중한 기회 주셔서 감사하다. 김영호 부국장의 기획력과 이신기 편집국장의 지지가 없었다면 나오지 못했을 산물이다. 조만간 또 다른 결과물로 기자상을 받으러 오겠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의료계 불법 대출 실태>

SBS는 의사와 약사가 개업할 때 신용보증기금의 ‘예비창업보증’ 제도를 악용하는 실태를 보도했다. 예비창업보증은 신용보증기금이 10억원까지 은행 대출 보증을 서주는 제도다. 이 제도를 이용하려면 통장에 10억원이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창업자에게 이렇게 큰돈이 없다 보니 대출 상담사가 돈을 빌려주고 대가로 불법 수수료를 받아내고 있었다.

김보미 SBS 기자(오른쪽). /한국기자협회

[수상 소감] 김보미 SBS 기자

이렇게 뜻깊은 상을 받을 수 있게 돼서 정말 영광이다. 또 한국기자협회 관계자분들께 감사하다. 지난달 의료계에서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던 불법 대출 실태를 보도했다. 사실 이 기사는 내부 고발자들의 용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불법 대출은 아예 몰랐던 내용이다. 동네에 병원들이 다 개원을 하는데 여기 설마 내 세금이 불법적인 방식으로 쓰일 거라고는 상상을 못 했다. 취재를 해보니 불법 대출을 받는 의사나 아니면 대출을 알선해 주는 사람이나 윈윈 관계여서 이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기 어려운 구조였다.

다행히 보도가 나가고 이 브로커 집단에 대한 수사도 시작이 됐고 또 신용보증기금에서 제도 개선안도 내놨다. 내부 고발자가 없었으면 다 보도가 불가능했고 변화도 없었을 거다.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지역 취재보도부문

<비리의 온상, 온누리상품권>

매일신문은 대구광역시 북구에 있는 팔달신시장에서 냉장고 하나만 둔 가짜점포를 운영하면서 전통시장에서만 쓸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을 부정유통해 연간 115억원의 매출을 내고 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상품권 환전을 통한 이른바 ‘현금깡’을 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취재를 넓혀가 전국 온누리상품권 매출 1~3위 점포가 모두 팔달신시장에 있다는 사실도 확인하고 대구시내 다른 전통시장에서도 비슷한 문제점을 발견해 냈다.

왼쪽 두 번째부터 윤수진, 박성현 매일신문 기자. /한국기자협회

[수상 소감] 박성현 매일신문 기자

연말에 이렇게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상을 주신 한국기자협회 관계자분들께 먼저 감사드리라는 말씀 전하고 싶다. 윤수진 기자와 취재한 이 보도는 지역지였기 때문에 더 끈질기고 더 깊게 파헤칠 수 있었다.

시장 관계자들 사이 뜬소문에 불과했던 이야기가 보도를 통해 구체화됐다. 보도를 이어가다 보니 대구의 여러 시장에서 전국적인 규모의 온누리 상품권을 부정 유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떤 조직적인 실체가 브로커 역할을 자처한다는 이야기도 알 수 있었다.

사실 온누리 상품권이 부정 유통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가 이루어졌던 부분이다. 하지만 그동안 마땅한 대책 없이 상품권 유통량만 계속해서 늘리고 있었다, 중소기업벤처부나 소상공인진흥공단은 현장을 답사하는 것을 지양하고 서류만 보고 상품권 한도를 올려주는 등 사실상 방조했다. 제도적 허점 개선이 절실하다.

윤수진 기자와 함께 취재하면서 여러 시장 관계자들과 밤낮, 주말 없이 통화하고 만났던 기억이 많이 남는다. 캡을 맡았던 김윤기 선배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하다. 이웃과 사회에 더 좋은 보도 많이 하겠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재선충병 방제의 비밀>

KNN은 방제를 위해 벌목 작업을 한 소나무 중 재선충병에 확진된 소나무가 7%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해 보도했다. 재선충 피해가 가장 컸다는 지역도 10% 남짓이었다. KNN은 소나무 고사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할 수 있고, 산림당국이 효과가 불확실한 방제 방법으로 관행적으로 예산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태훈 KNN 기자(오른쪽). /한국기자협회

[수상 소감] 이태훈 KNN 기자

기자상 수여식이 원래 분위기가 달아올랐는데 시국 때문에 오늘따라 묵직하다. 이 기사는 제목부터 좀 비밀스럽다. 재선충 방제의 비밀은 소나무가 죽는 원인이 재선충 때문만은 아니라는 내용이다.

지자체에서 재선충에 걸린 소나무 치료조사 데이터를 확보해서 확인해 보니 확진 비율이 7% 정도였다. 그런데도 산림청에서는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다 죽고 있다며 해마다 수백억원씩 방제 예산을 들이고 있었다.

소나무가 사라지고 있는 이 현상 자체는 기후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고, 따라서 무분별한 방제보다 소나무가 다른 나무로 대체될 수 있게 둬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보도로 우리 세금이 이렇게 쓰이고 있구나, 우리가 이런 보도를 계속해야 하는구나 많이 느꼈다.

시국은 혼란스러운데 귀한 상 주셔서 감사하다. 따뜻한 연말 보내시기 바란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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