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탄핵때 질타받던 MBC, 尹탄핵땐 시청률 선두
[8년 만의 탄핵,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라이브 방송, 페북서 유튜브로 변화
朴, 특종경쟁으로 탄핵동력 만들어
尹, 계엄령 선포하며 스스로 무너져
KBS, 8년 전처럼 이번에도 맥 못춰
KBS 기협회장 "朴탄핵 당시 큐시트 제작한 사람이 尹탄핵안 발의때 큐시트 만들더라"
대한민국 헌정 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안이 14일 국회를 통과했다. 기자 생활 9년차 이상이라면 적어도 두 번은 목격했을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이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비교하면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내용과 형식면에서 여러 차이점이 있다. 탄핵 국면을 결정지은 사건의 성격이 확연히 다르고, 여론을 이끈 미디어 플랫폼도 크게 달라졌다. 두 차례 탄핵 정국에서 언론사 간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도 보인다. 8년 전과 지금, 언론과 미디어 측면에서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페이스북서 유튜브로... 8년 만에 급변한 미디어 환경
한국 정치사를 뒤흔든 두 차례의 탄핵 국면, 다만 여론을 이끈 미디어 플랫폼은 그새 크게 달라졌다. 2016년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엔 페이스북과 페이스북 라이브가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주요 창구였지만 올해 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선 유튜브와 유튜브 라이브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
2016년만 해도 페이스북 라이브는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핵심 플랫폼이었다. 가장 많은 이용자가 그곳에 있었고, 언론사들은 자연스레 페이스북 라이브로 집회 현장을 실시간 생중계하며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당시 언론사들은 페이스북을 활용한 실시간 여론조사 ‘라이브폴’ 등을 도입하며 독자들의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페이스북 전성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동영상 시장의 확산, 페이스북의 언론사 브랜드 페이지 노출 감소 정책 등이 겹치며 미디어 플랫폼은 빠르게 유튜브로 넘어갔다. 이제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유튜브 실시간 라이브로 주요 뉴스를 전한다. 계엄령이 발령됐던 3일 밤 수많은 시청자들이 유튜브로 몰린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이날 오마이TV 실시간 라이브 동시접속자 수는 66만명에 육박하며 지상파 방송사를 멀찍이 따돌렸고,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엔 MBC의 유튜브 실시간 라이브 동시접속자 수가 총 133만명에 달했다. JTBC(22만명)와 YTN(12만명) 등 채널에서도 각각 10만명이 넘는 시청자가 유튜브로 탄핵안 가결 장면을 지켜봤다.
다만 유튜브의 영향력은 2016년에도 이미 드러나고 있었다. 당시 JTBC는 유튜브에서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주력으로 내세웠고, 그 덕분에 박 전 대통령 탄핵 라이브 동시접속자 수는 36만명에 달했다. 박 전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에서 유일하게 인터뷰했던 ‘정규재TV’ 역시 기성 언론이 아닌 유튜브 방송이어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언론이 주도했던 2016년, 대통령 스스로 무너진 2024년
8년 전 탄핵과 이번 탄핵은 사건의 성격도 다르다. 기성 언론의 끈질긴 취재와 특종 보도로 시작됐던 2016년 탄핵 국면과 달리 이번엔 대통령 스스로 선포한 계엄령이 도화선이 돼 탄핵이 진행됐다.
8년 전 탄핵의 첫 단추를 끼운 곳은 TV조선이었다. TV조선은 그해 7월부터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내보냈고, 한겨레신문이 이를 받아 이들 재단과 전국경제인연합의 비정상적인 커넥션,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대학생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결정적인 장면은 JTBC의 태블릿PC 특종이었다. 증거를 통해 최씨의 국정 농단 실체가 드러나자 박 전 대통령은 결국 대국민 사과를 했고,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사들의 치열한 특종 경쟁이 벌어지며 탄핵의 동력을 만들어냈다. JTBC와 TV조선, 한겨레는 그 공로로 이듬해 한국기자상을 공동 수상했다.
반면 이번 탄핵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계엄령이 선포되자마자 여야를 막론, 정치권의 반발이 터져 나오더니 결국 여당 의원 일부가 탄핵에 가세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진행 속도도 확연히 달랐다. 2016년엔 첫 촛불집회부터 탄핵안 가결까지 한 달 넘게 걸렸지만 이번엔 계엄령 선포 이후 열흘 만에 탄핵안이 가결됐다. 덕분에 기자들도 조금은 고생을 덜었다.
사건팀 바이스(부팀장)인 전현진 경향신문 기자는 “박근혜 때는 외부 의혹을 기자들이 취재하고 그게 수사 대상이 되는 경우들이 있었는데, 이번엔 사실관계가 꽤나 간단명료하다”며 “군 지휘체계를 파악하는 정도니 외부에서 취재해 들어갈만한 거리가 별로 없다. 그래서 예전보다는 단독 경쟁이 덜하고, 거의 모든 매체가 나오는 내용을 잘 정리해 따라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많은 신문이 특별판과 호외를 발행하고 ‘거리편집국’을 꾸리며 현장 구석구석의 목소리를 전한 건 이번에도 비슷했다. 이주현 한겨레 뉴스룸국장은 “저도 노무현 대통령 서거 때 한 번 만들어본 뒤 이번에 처음으로 호외를 두 번이나 만들어봤다”며 “저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는데 젊은 세대들에게도 낯설고 신기한 경험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새로운 세대가 민주주의를 위해 광장에 나왔고 그들에게 저희의 메시지가 담긴 신문이 전달됐는데, 종이 신문의 물성을 접하고 ‘굿즈’처럼 생각하게 된 기회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손가락질 받던 지상파... MBC는 웃고, KBS는 울고
두 차례의 탄핵 정국에서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인 KBS와 MBC의 운명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2016년 탄핵 당시 두 방송사는 모두 ‘보도 참사’로 시민들의 강한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당시 MBC는 ‘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제대로 하지 못해 현장에서 온갖 수모를 당했다. 시민들의 질타에 기자가 ‘MBC News’ 로고를 뺀 마이크를 들고 현장 소식을 전해야 했고, 신뢰도와 영향력 모두 JTBC에 뒤처지며 ‘청와대 방송’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계엄령 사태를 충실하게 전하며 유튜브 실시간 라이브 동시접속자 수, 시청률 같은 지표에서 선두권을 달리는 등 박 전 대통령 탄핵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반면 KBS는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8년 전 최순실 게이트 보도 참사에 이어 이번 계엄령 사태 때도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내부 비판이 분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된 14일만 보면 수도권 가구 기준(닐슨코리아) MBC ‘뉴스데스크’, ‘뉴스특보’가 1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동안 KBS ‘뉴스특보’는 3.2%를 찍으며 SBS에도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구성원들은 2016년 총파업으로 고대영 사장의 사퇴를 요구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박장범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공정방송 사수’를 외치고 있다.
노태영 KBS 기자협회장은 “박근혜 탄핵 때는 뉴스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해 큐시트를 찾아봤는데 그때 큐시트를 제작한 사람이 윤 대통령 탄핵안 발의 때도 만들고 있더라. 그래서 게이트키핑이 그 모양 그 꼴이었다”며 “최근 보도국장이 바뀌었고 신임 보도국장과 간부들이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뭐든지 무너지기는 금방이어도 다시 세우기는 쉽지 않아서, 단기간에 회복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