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14일 신문들이 일제히 호외를 발행했다. 열흘 전 비상계엄이 있던 새벽에는 일부 언론만 호외를 냈지만 이날 10대 일간지 모두와 주요 경제신문, 지역 10개 언론이 호외를 배포했다.
이날 경향신문과 국민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한국일보 등 10대 종합일간지와 디지털타임스, 매일경제, 아주경제,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 등 경제신문들도 호외를 냈다. 비상계엄이 있던 4일에는 경향과 서울, 한겨레 등 세 곳만 호외를 냈었다.
이들 신문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오후 5시쯤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선포한 뒤 빠르게 움직였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고 집회를 이어갔는데, 저녁 시간에는 현장에서 배부된 호외를 받아 들고 읽으며 돌아갔다.
특히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 제목으로 <시민이 이겼다>를 제호보다 큰 글씨로 써넣어 호응을 얻었다. 한겨레는 민주화 이듬해인 1988년 창간호 1면에 실린 창간사를 이날 호외 4면에 다시 싣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신문으로 호소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외에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가 1면에 촛불집회 시민들이 탄핵 가결 순간 환호하는 사진을 실었다. 조선일보는 2면에 <둘로 나뉜 거리>란 제하에 국회 앞에서 열린 집회와 탄핵에 반대하는 광화문 집회 사진을 나란히 걸었다.
한국일보는 1면에 사설을 올리고 국민의힘 친윤계에 퇴진을 요구하는 동시에 더불어민주당에는 “당장은 국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와 긴밀히 협력해 혼란을 최소화하고 국정을 안정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특히 많은 신문이 호외를 냈다. 광남일보와 광주일보, 광주매일신문, 무등일보, 전남매일, 전남일보 등 6개 신문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전북도민일보와 강원도민일보, 경인일보, 영남일보가 호외를 발행했다.
광주·전남지역 신문들은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총궐기대회에서 오월단체들이 음식과 물품을 나눈 현장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광남일보에 따르면 4일부터 열흘 동안 시민들의 집회 후원 규모가 1억원을 넘기도 했다.
광주일보는 지역을 넘어 대구지역에서도 취재했다. 기사에서 집회에 나온 한 시민은 “광주만 생각하면 눈물 나고 감사하다”며 “1980년 그날 광주는 어떤 마음이었을지 생각하면 대구시민으로서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영남일보는 지역 시민들의 상반된 여론도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탄핵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민주당 독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거나 “대구·경북 지역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이어) 다시 정치적 희생양이 되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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