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184) 잊혀진 사진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장진영(중앙일보), 오세림(전북일보), 홍윤기(서울신문), 김진홍(대구일보), 김범준(한국경제), 박미소(시사IN)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지난겨울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올해 1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사이가 처음으로 틀어졌다. 둘은 같은 달 23일 화해의 장소로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택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도착해 기다리던 한 위원장과 악수를 한 뒤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20분 만에 시장을 떠났다.


윤 대통령을 만나려고 새벽부터 굶어가며 기다린 상인들은 분노를 참지 못했고, 취재진 카메라를 향해 울분을 토했다. 나는 이 장면을 취재했고, 수차례 사실 여부를 확인한 뒤 온라인 기사 말미에 관련 내용을 1매 정도 넣어 출고했다. 기사가 나간 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대통령실 관계자로부터 관련 내용을 삭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대통령실의 세심한 기사 모니터링에 놀랐다. 출입 기자도 아니고 온라인 기사까지 이렇게 확인할 일인가 싶었다. 전화를 끊고 기사 수정을 안 한 채 핸드폰을 꺼버리는 낭만 기자가 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부끄러운 일이다.


그간 대통령실은 얼마나 많은 전화로 기사 내용을 빼고 제목을 수정했을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잊히고 삭제된 사람들은 몇 명일까. 다시 찾아온 추운 겨울, 상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지난 사진을 꺼내본다.

홍윤기 서울신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