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체인저, 케이틀린 클라크

[이슈 인사이드 | 스포츠]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역사적으로 남을 만한.’ (Historic)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 활약하는 케이틀린 클라크(22·인디애나 피버)가 올해를 정의한 단어다.


그는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에 뽑힌 뒤 “한 단어로 올해를 정의해 달라”고 요청받자 이처럼 말했다. 〈타임〉은 1927년부터 매년 ‘올해의 인물’을 뽑아왔고, 2019년부터는 ‘올해의 선수’도 따로 선정해 왔다. 2019년 맨 처음으로 미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뽑혔고, 2020년 르브론 제임스(농구), 2021년 시몬 바일스(체조), 2022년 애런 저지(야구), 2023년 리오넬 메시(축구)가 차례대로 선정됐다.


클라크는 미국 여자 농구계의 ‘게임 체인저’다. 아이오와 대학 시절부터 이전 여자농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수준의, 정확도 높은 3점 슛 능력을 선보이면서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여자농구 1부리그 최다 득점 신기록을 세웠다. 아이오와와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대학농구 챔피언십은 평균 1890만명의 시청자를 기록하면서 올림픽을 제외하고 미국 텔레비전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이 시청된 여자 스포츠 이벤트가 됐다. 미국 내 시청자 수만 놓고 보면, 2023~2024 미국프로농구(NBA) 파이널과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보다 더 많았다.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WNBA에 진출한 뒤에도 ‘클라크 신드롬’은 이어졌다. 클라크는 신인 선수로 역대 가장 많은 3점 슛을 기록했고, 단일 시즌 어시스트 기록도 갈아치웠다. 클라크의 활약 덕에 WNBA 관중은 전년 대비 48%나 급증했다. 정규리그 최종전에는 2만711명의 팬이 몰려 WNBA 단일 경기 최다 관중 신기록 또한 세웠다. 2024년 그의 팀 인디애나 총 홈 관중 수는 34만715명으로 WNBA 단일 시즌 최고 기록이었다. 전 WNBA 선수이자 애틀랜타 드림의 공동 소유주인 레네 몽고메리는 이에 대해 “클라크는 박스 오피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클라크의 인기가 ‘인종’과 관계가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흑인이 지배하는 여자농구에서 백인인 클라크가 존재감을 드러내며 더 큰 인기를 누리게 됐다는 것이다. WNBA에서 3차례나 MVP에 뽑힌 적이 있는 에이자 윌슨(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은 AP와 인터뷰에서 “클라크의 ‘인종’이 그의 인기에 ‘엄청나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것이 인종과 관련이 없다고 말할 때 나는 화가 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클라크도 이를 잘 안다. 클라크는 “나는 모든 것을 얻을 자격이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백인으로서 특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라면서 “리그에서 정말 뛰어난 선수 중 많은 수가 흑인 선수였다. WNBA는 흑인 선수를 기반으로 구축됐다. 흑인 선수의 위상을 더 높일 수 있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스포츠에 관심 없던 이들까지 여자농구를 보게 만든 클라크는 이런 말도 했다. “기록은 기록일 뿐이다. 사람들이 나를 기억하는 이유가 기록 때문은 아니길 바란다. 내가 미소를 지으며 경기에 뛰었던 방식, 그리고 나의 경쟁심으로 나를 기억하기를 바란다. 어린 소녀들에게 목청껏 소리칠 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하게 돼 너무 기쁘다.”


판을 뒤집은 클라크의 ‘역사’는 어쩌면 지금부터가 시작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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