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회가 ‘12·3 불법 계엄 사태’를 발동했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국가 지도자가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군(軍)을 끌어들여 우리 사회를 40여년 전으로 되돌리려 했다는 점에서 탄핵안 가결을 통한 직무 정지는 당연한 수순이다. 민주주의를 무력으로 위협한 지도자에게서 일단 그 권한을 박탈한 것은 다행이지만 탄핵은 미완이다. 탄핵안 가결 이후에도 국민에 대한 사과나 반성 한마디 없이 “끝까지 싸우겠다”며 불법 계엄의 정당성을 설파하는 대통령의 태도를 볼 때,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은 조속한 대통령직 파면 결정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탄핵안 가결로 윤 대통령의 임기는 취임 2년7개월(949일)만에 중지됐다. 그의 탄핵은 우리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저력을 증명한 사건이지만, 역설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시대착오적 언론관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기도 하다. 1987년 이후 37년이 흘러 민주화 역진이 불가능한 2020년대에 언론과 출판을 통제하고 ‘가짜뉴스’를 금지하겠다는 12월3일의 초현실적인 계엄 포고령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대통령이 구중궁궐에 숨어 살면 안 된다며 취임식도 하기 전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고 취임 후 도어스테핑(출근길문답)까지 하면서 국민과의 소통에 진심임을 내세우려 했던 사실을 떠올려 본다. 취임 때의 초심을 배반하고 언론의 비판에 귀를 막은 행보가 결국 정권의 실패로 귀결된 것이다.
공영 언론사 경영진을 대선 전리품마냥 제 편으로 만드는 일은 정권을 불문하고 반복됐지만 돌아보면 윤석열 정부의 무리수는 유난스럽고 그악스러웠다. 야당이 추천한 상임위원들을 솎아낸 뒤 ‘2인 체제 방통위’라는 편법적 구조를 유지하면서 KBS 이사진과 사장을 바꾸었고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교체를 시도했다. 법원이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 방통위 운영에 브레이크를 걸지 않았다면, 우리는 비상계엄 발령 후 야당 탓만 하며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칭송하는 공영방송 뉴스들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윤석열 정부 언론 정책의 특징은 행정권과 수사권을 선택적으로 적용하면서 비판 언론을 통제하려 한 것이다. 보도윤리를 심의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를 권력자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유화하고 언론 탄압 도구로 악용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부당대출 무마 의혹을 제기한 언론들에 대한 집요하고 모진 대응이 이를 증명한다. 방심위가 인용 보도에 대해 징계했던 사례가 없었음에도 ‘김만배-신학림 녹음파일’을 인용 보도한 방송사들에 무더기로 최고 징계를 남발했다. 특히 ‘바이든-날리면’ 사태 이후 눈엣가시가 된 MBC 보도에 대한 징계 남발은 비판 언론 손봐주기 아니면 납득할 길이 없다. 계엄군이 접수하려는 대상에 국회와 함께 MBC가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다. 이른바 ‘김만배-신학림 녹음파일’ 인용 보도를 가짜뉴스로 낙인찍고 방심위원장이 지인을 통해 심의를 요청한 이른바 ‘민원사주’ 의혹이 짙은데도 개인정보 유출로 몰아간 행태도 이 정권이 입만 열면 내세웠던 공정성의 가치가 얼마나 기만적인지를 폭로한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뉴스타파 사무실과 기자 자택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폭력적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듣고 싶은 소리만 들으려 하고 쓴소리를 외면한 정권, 언론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핵심임을 깨닫지 못하는 정권의 말로를 우리는 지금 두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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