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잡다 초가 태워"…방심위 국가기구화 반대 목소리

야당 추진에 언론노조·새언론포럼·언론연대 잇따라 성명
"방심위의 과도한 권한과 무한 재량이란 본질을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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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는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연합뉴스

국회가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을 탄핵하려 방심위를 국가기관으로 바꾸는 법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언론단체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언론검열 비판을 받는 류 위원장 한 명을 쫓으려 개악을 시도하면 더 큰 국가검열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6일 성명을 내고 “개정안은 오직 방심위원장만 국회가 통제할 수 있다면 류희림 같은 인물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근시안적 처방일 뿐”이라며 “문제의 본질은 제쳐두고 표피만을 건드렸을 뿐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더욱 악화시킨 개악”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13일 방통위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명목상 민간 독립기구인 방심위를 장관급 국가기관으로 만들고, 이에 따라 국회가 위원장 탄핵 심판을 제기할 권한을 갖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안으로 국민의힘은 반대 의사를 밝히고 회의에 불참했다.

언론노조는 방심위가 방송 보도를 심의하고 징계할 권한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기사를 심의하는 일은 언론인들의 자율규제에 맡겨야 어느 진영이 집권하든 방심위를 통해 언론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심위가 국가기관이 되면 방심위원장은 국무위원으로서 직접 대통령 지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언론노조는 “희대의 민원사주와 방송 검열을 자행한 류희림의 운명은 시간문제일 뿐 정해져 있다”며 “류희림 같은 피라미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제2, 제3의 류희림이 출현해도 언론자유와 방송의 정치적 독립이 흔들리지 않게 할 근본적 대안을 언론시민사회와 함께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새언론포럼도 성명을 내고 “민주당의 이번 방통위법 개정안은 최악의 경우 군부독재 시절의 검열기능을 다시 불러올 수 있는 것”이라며 “방심위의 국가기구화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류 위원장은 김정수, 강경필 위원과 함께 법안에 반대하는 입장문을 내고 방심위가 언론자유 수호기관임을 자처했다. 이들은 “우리 헌법 21조는 언론·출판에 대한 검열을 금지하고 있다”며 “국가권력과 정파적 이해관계로부터의 독립은 헌법에 명시된 언론자유를 지키라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13일 언론연대는 “류희림 위원장을 포함 정권에 부역해 언론을 탄압한 자들에게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면서도 “국회가 고쳐야 하는 건 과도한 권한과 무한 재량이라는 문제의 본질이지 민간 기구라는 외피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언론연대는 “표현 규제의 국제 원칙은 최소 규제”라며 “규제기관의 국가기구화는 정반대의 길이다. 고작 류희림을 탄핵하기 위해 민주주의의 원칙을 버리면 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과방위는 조만간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을 하나로 합쳐 다시 의결한 뒤 본회의에 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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