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또 한 번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인 가운데 400명이 넘는 전국의 언론학자들이 탄핵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언론학자 420명은 11일 연명 시국선언을 통해 “7일 탄핵안 폐기는 한국 민주주의와 정치 체제의 명백한 한계를 보여주었다”며 “국회는 즉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라”고 요구했다. 국회는 14일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 다시 상정한다.
이들은 특히 “정권 교체의 욕망, 정당 붕괴의 공포, 국회의원 개인의 안위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든 시민은 알고 있다”며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학자들은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탄핵 국면을 보도하는 언론에도 역할을 주문했다. 이들은 “정확한 보도와 해법을 모색할 의제 설정에 충실하라”며 “언론의 신뢰를 회복하고 책임을 증명할 때가 지금”이라고 밝혔다.
또 “정치권의 무수한 말들과 추측을 확산하는 속보와 단독 경쟁은 지금의 위기에서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여당의 일방적인 주장마저 일일이 속보로 전하면서 혼란을 빚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이번 사태의 위중함도 지적했다. 이들은 “포고령에서는 헌법 제21조가 보장한 말과 행동할 자유가 모든 정치 활동의 금지, 가짜뉴스·여론조작·허위선동의 금지, 모든 언론과 출판의 계엄사 통제 아래 ‘처단’ 대상이 되었다”며 “참담과 비통이라는 시계의 초침이 흐르고 있다”고 심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언론과 커뮤니케이션의 다양한 양태와 제도를 연구해 온 학자들은 이 폭력의 언어에 맞서 반성과 성찰의 물음을 우리 자신에게 던진다”며 “언론의 규범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면서 이 사태에 침묵하지 않았는지, 지난 2년 반 동안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고 혐오와 차별의 언어가 만연할 때 관조하지 않았는지, 연구와 강의 현장에서 학문의 자율성을 얼마나 지켰는지 돌아본다”고 적었다.
이어 “지금의 사태가 민주주의 제도의 붕괴가 아니라 더 나은 민주주의를 가능케 할 근원적 민주주의의 시간임을 알고 있다”며 “광장과 일상에서 언론학 연구자들은 이 시간에 기꺼이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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