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윤석열이 내란 사태 피의자가 되고, 출국 금지됐다. 언제 구속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그와 지근거리에서 권력의 향을 느꼈던 이들은 제 살길 찾기와 알량한 권력 유지에 온정신을 집중하는 듯하다.
윤석열을 향했던 불화살이 화력을 더해 그들에게 번질 수도 있다. 시간이 없다. 실기하지 말기 바란다.
윤석열은 3일 늦은 밤 “혼란을 초래하는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겠다”며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위헌·위법으로 내란 사태를 야기했다.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침탈하고, 국민의 가슴에 총칼을 겨눴다.
그토록 ‘자유’를 강조했던 그였지만, 이는 자신과 아내를 위해 헌법과 국민, 체제를 조롱하는 자유였던 게 드러났다. 윤석열은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라고 주장했지만, 자신이 온전히 되돌려받아야 할 발언이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법비주의자’와 일부 극우 엘리트들은 그 자유에 힘을 보탠 내란 동조자였을 뿐이다.
윤석열의 내란 유도는 현명한 국민 다수와 국회의 표결로 해제되었다. 그가 겁박한 ‘처단’을 두려워하지 않고 국회의사당 주변을 에워싼 시민과 국회의원, 보좌진, 현장에 출동한 젊은 군인·경찰의 암묵적 연대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언론인들도 힘을 보탰다.
위기에 봉착한 윤석열은 탄핵 표결 몇 시간 전 억지 담화를 내놓았고, 여당 대다수 의원은 표결에 불참했다. 그때도 국민은 없었다. 윤석열은 향후 정국을 국민의힘에 일임한다고 했는데, 이는 소가 뒷걸음치다가 되돌아와서 웃을 일이었다. 동사무소 직원도 공무를 민간인에게 부여하는 법은 없다.
내란 주범으로서 대통령과 동조자들을 향한 증거가 숱하게 차고 넘치는데 이 시국을 관장할 힘은 보이지 않는다. 환율은 치솟고, 주가는 폭락하면서 경제 위기가 목도되는 상황에서도 질서 있는 퇴진의 목소리만 나부끼고 있다. ‘내란혐의’로 피의자가 된 윤석열을 보호하려는 노력은 대한민국의 퇴행과 역행을 향한 기도일뿐이다. 총과 칼을 든 강도가 대로변에서 무고한 시민에게 범행을 자행하고, 시민들이 나서 강도를 제압했는데 경찰이 강도의 총칼은 뺏지 않고 일단 놓아주자는 주장과 같다. 어불성설이다. 피가 거꾸로 솟는다.
윤석열과의 공동정범 혐의에서는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여당은 현대사의 ‘민주화 운동 정신’을 이어간다고 당헌에 명시하고 있다. 불법 비상계엄을 두둔하거나 반란 수괴의 안위를 걱정해주는 ‘민주화 운동 정신’은 있을 수 없다. 해결책은 있다. 14일 탄핵 표결에 임하든지, 그 이전에 조기 하야를 이끌어내라.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차 탄핵 무산에 대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거리를 뒤덮은 국민의 분노는 의사당 안에서 헌법과 법률을 구현함으로써 해소돼야 한다. 여당을 탄핵 표결에 복귀시켜 법 절차에 따른 윤석열의 처벌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경찰 등 수사기관의 그간 잘못도 형용하기조차 힘들다. 하나씩 거론하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이고, 분노 유발과정이다. 부분적으로나 속죄할 길은 있다. 검사 윤석열이 주장했던 ‘예외 없이 법대로’ 방식을 빠르게 보여주기 바란다. 내란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에 처하고 내란 모의에 참여·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할 경우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하도록 형법에 규정돼 있다.
법조인들은 그간 편의점에서 빵 몇 개, 구멍가게에서 라면 몇 개 주인 허락 없이 훔친 이들을 기소하고 벌하기도 했다. 뼈를 깎는 심정으로 역사의 대의에 동참하기 바란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벼락출세했지만, 오직 자신에게만 충성하는 윤석열의 내란 범죄를 심판하기 바란다.
언론은 윤석열을 필두로 내란에 가담했던 작당을 하루빨리 법의 심판대에 오르도록 연대하여 힘을 보탤 것이다. 언론인들은 현업단체 중심으로 14일 탄핵 표결을 앞두고 시국선언문을 낭독할 것이다.
‘민주주의 언론자유 말살 기도 윤석열을 반드시 탄핵하라!’는 내용으로 낭독될 시국선언문엔 사상 유례없이 현업단체 대부분이 참가한다. 일련의 언론인들의 노력을 폄하하거나 궤변으로 몰고 가려는 반공화국 세력과는 분연히 싸울 것이다. 윤석열의 반역 과정을 사전에 감지하지 못한 점도 자성하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무력이나 어떤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그런 방식으로 통제를 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발언처럼 우리도 노력할 것이다. 제2의 윤석열이 나오지 않도록, 권력을 감시하고 민주주의 가치를 끊임없이 환기하고 지켜나갈 것이라고 약속한다. 언론인들은 시민과 함께할 것이다. 역사에 떳떳하고 당당한 언론인으로 남고자 할 것이다.
윤석열의 탄핵 혹은 하야 등 조기 퇴진만이 내란 세력들이 도모한 무질서와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길이라는 것을 안다. 내란 사태 야기자들이 시민을 처단하고자 했지만, 정작 처단될 이들은 윤석열과 그 동조자들이라는 게 확인될 것이다.
그날을 위해 우리는 두 눈 부릅뜨고 현장을 지키며, 온전히 기록할 것이다. 시민과 함께할 그날은 반드시 온다.
2024년 12월 11일
한국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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