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언론 통제 포고령… 기자·간부들 "뉴스룸 지키자" 비상대기

선·후배 막론 서로 다독이며 격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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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밤, 각 언론사 뉴스룸은 분주했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언론 자유를 제한하는 포고령을 발표하면서 언제든 뉴스룸이 장악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KBS, MBC 등 방송사 노동조합 집행부는 군대가 뉴스룸에 들이닥칠까 밤새 비상대기를 했고, 편집국장들은 혼란스러워하는 기자들을 다독이며 언론 본분에 충실할 것을 지시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4일 새벽 계엄군 병력이 국회에서 철수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집행부는 4일 새벽을 뜬 눈으로 지새웠다. 포고령에 따라 KBS에 군의 주둔이 예상되면서 밤새 비상대기를 했기 때문이다. 노조 집행부는 조합원들에 긴급 소집령을 내렸고, 20명 정도가 새벽 내내 회사를 돌아다니며 이상한 낌새가 없는지 살폈다.


박상현 KBS본부장은 “그날 공교롭게 쟁의행위 중이어서 회사 로비에 천막을 쳤다”며 “그런데 회사에서 천막을 철거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그걸 지킨다고 밤에 회사에 있었다. 그러다 계엄이 터진 걸 봤다”고 전했다. 그는 “계엄이 되면 보통 방송사를 접수하러 들어온다”며 “그래서 조합원들에 상황 설명을 하면서 회사로 올 수 있는 분은 오시라고 긴급 소집령을 내렸다. 회사를 지키면서도 진짜 군대가 오면 어떡하나, 우리가 막는다고 막을 수 있을까 걱정이 좀 많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을 비롯해 전국 16개 지역MBC 노조 집행부도 자정이 되기 전 노조 사무실로 복귀해 밤새 비상상황에 대비했다.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오전 1시 전 조합원들에 긴급 공지를 보내 비상 대기 명령을 내리고 “무도한 윤석열 정권과의 전면전”이라며 “함께 싸우고 단결해 이겨내자”고 독려했다. 또 오전 4시 즈음엔 ‘민주주의 짓밟은 윤석열을 탄핵하라’, ‘헌법유린 기습계엄 방송장악 중단하라’가 적힌 피켓을 사내 곳곳에 게시하며 정권을 규탄하기도 했다.


언론 자유를 제한하는 포고령이 발표되면서 만일의 사태를 우려하는 기자들도 있었다. 변진경 시사IN 편집국장은 계엄군을 피해서라도 시사IN을 발간하기 위해 잠적을 시도하다 4일 새벽 편집국으로 복귀했고,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도 체포를 우려하며 밤새 회사를 지켰다. 한 기자는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데 집에 있을 수 없어 밤새 회사에 있었다”며 “계엄을 선포했던 주된 이유는 가짜뉴스 척결이었고, 뉴스타파가 정부엔 가짜뉴스 수괴였으니 저희 입장에선 당연히 우려스러웠다. 과거에도 계엄이 선포되면 제일 먼저 정치인과 언론인을 잡아넣었으니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일부 편집국장은 기자들을 다독이며 중심을 잡아주기도 했다. 김기성 뉴스토마토 편집국장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4일 0시를 기해 뉴스토마토 편집국은 24시간 비상체제로 전환한다”며 “편집국 기자 전원은 일체의 동요 없이 편집국장 지휘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대응한다”고 지시했다. 또 “뉴스토마토는 민주 시민들의 힘을 믿고 언론 본분에 충실하겠다”며 “그 어떤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우리 손에 쥐어진 펜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신범수 아시아경제 편집국장도 내부 망에 공지를 띄워 “내일부터 우리 편집국이 계엄사령부 지휘 아래 있게 된다”며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저와 편집국 리더들은 중심을 잃지 않고 언론인의 사명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범수 국장은 “언론인 생활을 30년 가까이 했는데, 책에서만 보던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겠다 싶었다”며 “계엄이 언제 해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자들에게 동요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강아영, 박성동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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