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밤 11시48분. 무장 군인들이 헬기를 타고 국회로 날아들기 시작했다. 새벽 1시18분까지 24차례에 걸쳐 230여명이 국회로 투입됐다. 창문을 깨고 국회 안으로 침투했다. 국회의원들을 끌고 가려 했다. 국회의 계엄령 해제 요구 결의를 막기 위해서였다. 이날 국회에만 685명의 병력이 투입됐다. 북한군의 습격이 아니라 우리 군 최정예 부대원들이 국회를 공격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병력 이동 상황을 전화로 직접 챙겼다. 국회 점령이 뜻대로 되지 않자 그는 지휘통제실에서 직접 병력을 더 투입하라고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군의 첫 번째 목표물은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즉 대통령 직위를 가진 윤석열씨의 권능이 통하지 않는 국민의 뜻으로 작동하는 곳이었다. 이런 곳들을 총칼로 다스리겠다는 것이었다. 이날 대통령은 이렇게 국민을 공격하고 유린했다.
더 섬찟한 것은 비상계엄을 선포할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국지전을 유도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계엄 1주일 전 김용현 당시 국방장관은 오물풍선의 원점을 타격하라고 지시했고, 그러면 전쟁이 일어난다며 반대하는 합참의장을 질책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합참은 김 장관의 지시일 수도, 논의일 수도 있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대북 전단 때문에 접경지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오물풍선으로 시민들이 아무리 피해를 입어도 왜 꿈쩍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이렇게 해소된다. 방첩사령부는 실제로 계엄과 통합방위사태를 동시에 선포하는 것에 대한 법률검토를 했고, 가능하다는 결론도 내렸다. 통합방위사태 선포는 북한과의 군사 충돌을 전제로 한다. 국지전을 유도해 충돌이 일어나면 계엄을 선포하겠다는 것이었다. 국가의 안보, 국민의 희생은 대통령의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에서 우리 군의 2차례 대규모 군사 행동은 모두 자국민을 상대로 이뤄졌다. 군사 반란에 이은 광주 학살, 그리고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와 선관위 공격이 그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군이 또다시 내란에 동원되는 비극을 겪게 했다. 내란의 선봉에 서야 했던 국군 최정예 707 특임단장은 부대원들은 죄가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앞으로 우리 군은 어떻게 나라를 지킬 것인가.
이런 죄를 저지르고도 윤석열 대통령은 뒤늦게 나타나 놀라게 해 미안하다고 짧게 말했다. 당당했다. 총칼로 짓밟으려 했지만 실패했으니 미안하다고 말한 것이다. 김용현 전 장관, 방첩사, 특전사, 수방사 지휘관 같은 핵심 주범들도 약속이나 한 듯 걱정을 끼쳐 미안하다고 했다. 내란죄는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니 미안하다는 것이었다. 이들이 쿠데타에 성공했다면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인가. 그 어느 철면피 범죄자라 해도 이런 식의 말을 뱉기는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의 놀라게 해 미안하다는 사과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탄핵하겠다던 입장을 싹 바꿔 표결조차 거부했다. 내란죄 피의자와 한 편임을 숨기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잊어버린다고도 했다. 이런 사람들이 그동안 국가를 이끌었고, 안보를 부르짖어왔다.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기록하고 지켜볼 일이다. 용서받지 못할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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