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사태 해결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언론 보도의 책임

[언론 다시보기]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3일 내란 사태로 인해 발생한 헌정 파괴적 상황에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이제까지 길러온 힘이 ‘계엄 해제’에 성공할 수 있게 했다. 뉴스를 보자마자 국회 앞으로 달려간 시민들의 힘이었고 3일 이후 매일 광장에 모여 민주주의의 수호를 외치는 시민들의 열망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이 사태를 만든 위헌 세력의 내란죄에 대한 수사는 시작도 못 했고 헌정질서는 아직 정상화되지 못한 상태이다. 이 상황에서 다방면으로 취재하고 종합하여 보도하는 언론인들의 노고가 있다는 것, 평소라면 도무지 가능하지 않은 시간 내에 취재와 편집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시점에 시급성을 다투어야 하기에 놓치게 되는 지점에 대한 아쉬움 역시 있다. 이번에 몇몇 언론이 ‘정치에 관심이 없던 2030 여성’들이 응원봉을 들고 나왔다고 표현하는 것은 사소한 것 같지만 사실 언론이 시민을 평소 어떻게 인식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에 안타깝다. 정치는 엘리트 남성만의 영역이라는 인식은 매우 오래된 편견이라서, 수십 년 전부터 정치 기사는 언제나 존재했던 여성 시민을 새롭게 ‘발견’하여 묘사하고 있다. 물론 이번 사태에서 청년 여성과 소수자들이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나 새롭게 보이는 것은 맞다. 재치 넘치는 깃발을 통해 표현된 정체성, 화려한 응원봉의 물결, 광장에 울려 퍼지는 ‘K-pop’의 박자감은 평소 보아왔던 시위의 양상과는 다르다. 하지만 보이는 양상이 다른 것이지 청년 여성과 소수자 시민들이 새롭게 나타난 것은 아니다. 존재하는 여성과 소수자의 목소리를 없는 것처럼 치부하면서 만들어진 이번 정부가 아니었나. 586으로 대표되는 엘리트 중장년 남성 세대론을 반복하는 것 역시 시민들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결과이다. 거리의 깃발 아래 모인 시민 중에서는 ‘대학’의 학번이 정체성의 일부가 아닌 경우가 많다. 청년과 청소년,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언론 보도에서 ‘신기함’을 표현한다면 그것은 그저 해당 영역에서 오랜 기간 가져온 편견이 이제까지 제대로 세상을 보지 못하게 했다는 의미일 뿐이다.


내란 사태와 관련하여 각종 따옴표 보도를 속보로 보게 되면서 생기는 아쉬움은 더할 말이 없을 정도이다. 종합하고 출처를 밝히고, 근거를 따지면서 보도하기보다는 주장과 입장을 따옴표로 적어 속보로 송출하는 현재의 포털, SNS 중심 뉴스 체계에서 시민들은 일상으로 돌아가려다가 또 누가 무슨 말을 했다더라는 기사를 보고 놀라거나 걱정해야 하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제목만 뜨는 속보를 보면서 이것이 실제 타임라인의 정보인지 몇 시간 전의 이야기인지를 파악하기 어려워하는 주변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헌정질서에 명백히 근거가 없는 여당의 주장이 일일이 속보로 제공되면서 혼란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우리 헌법에 대통령이 여당에게 거취를 일임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음에도 이를 전제로 나오는 주장들이 모두 속보로 제공되니 이것이 마치 가능한 일이고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하기도 한다. 현 상황에서 속보의 제공 역시 언론인의 노고가 뒷받침되는 것이라는 점을 잘 알지만, 다른 문제도 아닌 위헌인 부분을 분명하게 문제로 드러내지 않고서 제공되는 따옴표의 나열이 어떤 가치가 있을지에 대한 숙고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많은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빼앗고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를 무시한 계엄사 포고문은 모든 조항이 다 문제이다. 특히 포고문 3항에서 언론과 출판이 통제 대상이라고 했다. 민주주의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와 함께하며 그래서 민주주의는 시끄럽고 혼란스럽고 느린 체계이기도 하다. 언론의 자유 박탈을 바로 눈앞에 두었던 터라 그 어느 때보다 언론이 열심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의 보도들이 하나하나 사실은 역사적 자료이고 기록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언론이 이 내란 사태의 종식과 헌정질서의 회복을 위해 기여하고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상을 제시할 수 있기 위해서 우리 시민을 제대로 보여주고 이 사태의 본질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보도를 더 많이 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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