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 거부’를 비판한 MBC 보도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내린 징계 처분을 취소했다.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 방통위가 다수결 원칙을 실현하려면 위원이 3명은 돼야 한다는 취지로 2인 체제 방통위의 위법성을 인정한 두 번째 판례다.
서울행정법원 제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방통위가 1월 MBC 뉴스데스크에 부과한 법정 제재 ‘주의’ 처분을 취소한다고 10일 선고했다. MBC가 방통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지 10개월 만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2022년 11월 MBC가 윤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비속어 논란을 전하는 등 편파 보도를 반복해 왔다며 아세아 순방 동행 취재를 위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거부했다. MBC는 이를 비판적으로 보도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자사 중심주의 방송을 했다며 ‘공정성 위반’으로 제재했다.
법원은 방통위의 2인 체제가 다수결 원리를 어겨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다수와 소수의 구분, 의사형성 과정에서 소수의 참여 가능성, 합리적인 토론 가능성이라는 다수결 원리가 성립하려면 논리적으로 최소 3명 이상의 구성원이 필요하다”며 “2인의 구성원으로는 이와 같은 전제를 전혀 충족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위원 두 명이 서로 의견이 갈리면 1 대 1이 돼 의사결정 자체가 불가능하고 “오로지 일치된 의견으로만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며 진정한 다수결은 3명부터라는 법 원칙을 풀어 설명했다. 두 달 전 같은 법원의 다른 재판부에서 MBC PD수첩에 내려진 과징금 1500만원을 취소했을 때 제시한 법리와 같다.
재판부는 명시적 법 문언을 보더라도 방통위가 회의를 열려면 최소 3명의 위원이 필요하다고 해석했다. 방통위법의 위임을 받은 행정규칙인 방통위 내부 규정을 보면 위원장에게는 혼자만의 뜻으로도 회의를 소집할 권한이 있지만 “2일 이전에 ‘각’ 위원에게 통지해야 한다”고 돼 있는 점을 보면 위원장을 제외해도 최소 2명의 다른 위원을 상정해 두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과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더라도 합의제 행정기관에서는 다수결을 위해 최소 3명 이상의 위원을 규정하고 있다며 비교법적으로도 재판부의 해석이 타당하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이런 해석도 앞선 재판부의 판결 논리를 그대로 따랐다.
이번 재판에서 방통위는 전과 다른 논리를 부각해 주장했다. 정부 기관인 방통위는 국가 검열 우려 때문에 별다른 개입 없이 민간 독립기구인 방심위가 심의해 준 대로 처분해줄 뿐이라고 주장했다. 방심위에서 정상적으로 심의한 이상 이를 넘겨받기만 한 방통위로서는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설령 방통위의 주장이 옳더라도 그 여부를 떠나 여전히 제재를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처분의 최우선적 요건은 적법한 행정청이 한 것이어야” 하는데 “방통위가 합의제 행정기관인 이상 절차적으로 위법한 의결을 거쳤다면 주체성 요건을 결여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절차부터 위법하다면 MBC의 비판 보도가 실제로 공정성을 위반했는지 실체적인 내용은 더 따져볼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인용했다며 방통위가 MBC 라디오 프로그램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처분한 주의 제재도 같은 이유로 취소했다.
방송사들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취소 소송은 모두 30개로, 이날까지 3건이 2인 체제의 위법성을 들어 취소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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