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장진영(중앙일보), 오세림(전북일보), 홍윤기(서울신문), 김진홍(대구일보), 김범준(한국경제), 박미소(시사IN)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5·16의 핵심 박정희는 1963년 8월30일 전역사(轉役辭)에서 “다시는 이 나라에 본인과 같은 불행(불운)한 군인이 없도록 합시다”란 말을 남겼다.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이 말은 1980년 5·18을 주도했던 전두환에게 고스란히 대물림됐다.
우리 국민은 그들이 이처럼 ‘불행’이란 말로 자신의 상황을 이해시키려는 동안 그 질곡의 긴 역사를 희생과 투쟁으로 딛고 일어서 지금의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게 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더이상 ‘불행한 군인’ 역시 나타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2024년 12월3일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것도 국민주권에 의해 뽑힌 헌법기관 300인의 의원이 5200만 국민을 대신해 상주하는 상징적 공간인 국회에서 말이다.
그날 대한민국 국회는 역사상 처음으로 ‘군홧발’에 짓밟히고 말았다.
물론 몇시간도 안 돼 국회의 계엄 해제 가결로 군홧발은 멈췄고 상황은 종료됐다. 그렇지만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고 국가 이미지를 대내외적으로 추락시키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여기에다 그 짧은 시간 “의원 150명 넘으면 안 돼, 끌어낼 수 있겠나, 싹쓸이하라, 처단한다” 등등 배설이라고 할 수 있는 천박한 말들이 국회 경내를 휘젓고 다녔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법에 따른 무거운 처벌이 당연히 이어져야 하겠지만 ‘불행한’ 대통령을 중심으로 몇몇 ‘불행한’ 군인이 국민을 정말로 불행하게 만드는 무모한 시도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마지막이길 바란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더이상 불행한 대통령과 불행한 군인은 보고 싶지 않고 그따위 비겁한 변명도 듣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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