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에서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다시 신청하면서 공소기각을 일단 모면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이 이른바 ‘허위 인터뷰’를 모의했다는 혐의 입증은 사실상 포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10일 김씨와 신 전 전문위원,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한상진 기자에 대한 7차 공판을 진행했다. 매주 공판을 이어온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하는 범죄사실이 불명확하다며 지난 3주 동안 재판을 중단했었다. 아예 공소를 없던 일로 해야 할지 숙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사이 검찰은 공소장을 다시 바꿔보겠다며 이를 허락해 달라고 재판부에 4일 요청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대장동 의혹이 제기된 과정 등 경위는 압축하고 김씨의 범행 동기와 목적 등 필요불가결한 내용만 남겼다”며 “심판 대상을 간명화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앞서 9월에도 재판부 지적을 받고 공소장을 한 차례 바꿨다.
재판부는 “상당 부분을 과감히 삭제하고 허위사실을 특정한 부분은 번호까지 매겨 가면서 표시했다”면서도 “신청서가 너무 두꺼워서 읽는 데 한참 걸렸는데 다 읽고 나서도 뭘 읽었는지 기억이 안 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공소장 변경에 대한 피고인 측 의견은 이날 검찰 주장을 어느 정도 정리한 뒤 다음 기일에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면서 피고인 4명 가운데 김씨를 떼어내 공범 관계에서 제외했다. 김씨의 혐의는 뉴스타파와 뉴스버스, 경향신문에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했다는 허위사실을 일방적으로 퍼뜨린 단독범행으로 규정했다. 신 전 전문위원과 뉴스타파 기자들에 대해서는 검증을 일부러 소홀히 해 허위보도를 함께 꾸몄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검찰은 애초 김씨와 신 전 전문위원이 미리 각본을 만들어둔 대로 허위 인터뷰를 공모했다고 보고 지난해 수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재판 단계에 들어서는 공범 관계를 입증하지 못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들은 두 사람이 언제 어디서 범행을 공모했는지 특정하라고 요구했고, 재판부도 검찰에 의문을 드러냈다.
검찰은 김씨를 공범에서 제외하면서도 여전히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김씨가 직접 허위기사를 써서 인터넷에 올린 것은 아니지만 여러 언론을 통해 결과적으로 보도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김씨의 범행 동기를 드러내 쟁점으로 삼으려고 정통망법 위반 혐의를 고집한다는 의심을 받는다.
이날 재판에서 재판부는 범죄사실을 특정하려면 문제가 된 김씨와 신 전 전문위원 사이 대화 녹취록을 모두 들어봐야 하겠다며 수 시간에 걸린 녹음을 법정에서 재생했다. 두 사람의 녹취록은 전화 통화 20건, 대면 대화 4건에 이른다. 김씨와 신 전 전문위원은 지난달 20일 보석으로 석방돼 이날은 불구속 상태로 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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