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 반대 속 취임식 취소… 박장범, 리더십 치명상 안고 취임
출근저지 피해 새벽 4시 출근… 취임식 대신 취임사 낭독 '녹화'
박장범 "국정혼란 상황,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엄중 책임감"
KBS 야권이사·시민단체 "내란 피의자가 임명한 KBS 사장, 사퇴해야"
박장범 KBS 사장이 구성원들의 저지로 취임식조차 열지 못한 채 10일 임기를 시작했다. 이날 하루 총파업에 돌입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새벽부터 조합원 800여명과 함께 박장범 사장 출근길·취임식 저지 행동에 나섰다.
박 사장은 구성원들이 모이기도 전인 새벽 4시20분께 여의도 KBS 본관으로 출근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8시30분 현충원 참배를 하기로 했으나 조합원 수백 명이 본관 앞 버스 주위를 막아서자 반발을 피해 해당 일정을 취소했고, 곧바로 구성원들이 취임식 장소인 본관 스튜디오 앞을 점거하자 취임식마저 취소했다. 대신 박 사장은 취임사를 본관 6층 사장실에서 녹화해 해당 영상을 사내게시판에 올렸다.
박장범 사장은 취임사에서 “지난주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로 민주주의 질서와 헌법 가치는 위협 받았다. 국정 혼란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엄중한 책임감을 느끼면서 이 자리에 섰다”며 “저는 어떠한 권력이나 부당한 압력에 굴하지 않고, KBS의 주인인 국민만 바라보면서 공영방송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점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수신료 분리징수와 관련해선 “새로운 수신료 환경에 최선을 다해 대응하면서 현재 국회에서 진행 중인 수신료 관련 입법 논의에도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박 사장은 조직개편안 시행(시행일 12월16일)을 전제로 신임 본부장 인사를 냈으며, 임명동의제 절차 없이 정인성 뉴스룸국장 등 신임 국장 4명을 임명해 “공정방송을 할 의지가 없음을 증명했다”(KBS본부)는 내부의 비판이 쏟아졌다.
일단 3년 임기의 첫발은 뗐지만, 앞으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사장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는 KBS 기자 495명의 연명 성명 등 구성원의 거센 반대 속에서 취임한 박 사장은 2월7일 윤석열 대통령과 대담을 진행하며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관련 질문에서 디올 명품 백을 ‘파우치’, ‘외국 회사의 조그만 백’으로 지칭해 논란을 산 인물이다. KBS본부가 11월8일~14일 실시한 박장범 후보 찬반 설문조사에서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1630명 중 1555명(95.4%)이 박 후보에 대해 ‘부적합’하다고 했다.
9일 KBS 야권 이사 4명은 박 사장 사퇴 촉구 성명을 내어 “‘파우치 대담’의 대가로 사장 자리를 줬다고 의심받는 윤 대통령은 내란혐의로 피의자 신세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박 내정자가 취임할 경우 KBS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명약관화”라고 밝혔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이날 성명을 내고 “내란을 저지른 대통령이 여전히 직을 지키고 있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용산이 직접 개입해 임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자를 공영방송 KBS 사장으로 수용하는 게 옳은가. 박장범은 지금 당장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를 비롯해 92개 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10일 성명에서 “명품백이 파우치로 둔갑했듯, 내란 범죄가 통치 행위가 되고, 내란 수괴는 구국의 결단을 내린 지도자가 될 것”이라 우려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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