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 소설의 배경이 된 제주 4·3과 관련해 MBC가 남로당 무장대를 ‘무장대’라고만 표기했다며 신속심의를 진행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결국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방심위는 9일 전체회의를 열고 10월14일자 MBC 뉴스데스크에 ‘문제없음’을 의결했다. 보수 시민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는 MBC가 토벌대는 ‘군인과 경찰 토벌대’라고 하고 남조선로동당 무장대는 ‘무장대’로만 표현해 공정성을 위반했다며 심의 민원을 제기했었다.
방송 당시 MBC 뉴스데스크는 팩트체크 ‘알고보니’ 꼭지에서 보수 일각의 한강 작가에 대한 비판이 옳은지 검증했다. 한강 작가가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군과 경찰이 순수한 시민을 학살한 것처럼 잘못 묘사했다는 비판이었다.
의견진술을 위해 출석한 한동수 MBC 취재센터장은 “4·3에 대한 정부의 일관된 입장은 국가폭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이라며 “사건의 성격이 공산폭동이냐, 민중항쟁이냐 논란은 있겠지만 정부는 그렇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2003년 정부의 공식 진상조사보고서에도 군경 토벌대라는 표현은 많이 나온다”며 “무장대라는 단어는 6~700개가 있고 그 앞에 남로당이라는 단어가 붙은 경우는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원 제기야말로 4·3의 진실을 왜곡하는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위원은 “4·3은 5·10 총선거를 앞두고 남로당 제주도당 간부 김달삼이 주도한 폭동이고 경찰서를 습격하고 총선을 방해한 것이 사실”이라며 “남로당 표현을 하는 게 국익을 위해서라도 좋지 않았을까. 시청자들에게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 취재센터장은 이에 대해 “남로당 표현을 해서 4·3을 복합적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심의에 올라오는 것은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답했다.
김 위원은 “향후 실체적 진실을 보도해달라는 측면”이 필요하다며 행정지도 의견을 냈지만 류희림 위원장과 강경필 위원이 심의규정 위반이라고까지 하는 건 무리가 있다며 문제없음으로 결론 냈다.
세 위원은 지난달 18일 MBC 보도에 대해 만장일치로 신속심의 안건으로 상정했다. 의견진술은 법정 제재를 하기 전 반론권을 보장하는 절차로 신속심의까지 결정해 놓고 문제없음으로 결론 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방심위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역사적 사실을 다룬 방송에 대해 공정성 심의를 하는 것 자체도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역사적 사실에 대한 평가는 시민사회, 학계의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심의를 “극우의 놀이터로 전락시키는 난동으로 규정한다”고 규탄했다.
이날 심의는 한강 작가가 노벨상 수상을 위해 스웨덴을 방문한 가운데 이뤄졌다. 노벨상 시상식은 한국 시각으로 10일 밤 12시부터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전날에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방첩사령부의 이번 비상계엄 검토 문건에서 제주 4·3이 ‘제주폭동’으로 표기돼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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