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이 '자유' 외쳤던 하버드대서도 "대통령 퇴진" 목소리
하버드대 한인 학생·교수 36인 공동성명 발표
지난해 4월 '자유를 위한 새로운 여정' 연설한 곳
"'대한민국 괜찮은 거냐' 낯선 질문에 수없이 해명해야"
“오늘 우리들은 수없이 해명해야 했습니다. ‘대한민국 괜찮은 것 맞냐. 대체 무슨 일 때문에 비상계엄(martial law)이 선포된 것이냐. 원래 그렇게 쉽게 선포하느냐.’라는 낯선 질문을 수십 번, 수백 번 들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든 설명해야 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맞으며, 오늘 일어난 이 사태가 대한민국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 아님을 말입니다.”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Pioneering a New Freedom Trail)’. 1년 7개월여 전, 윤석열 대통령이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했던 연설의 제목이다. 취임 1주년을 앞둔 2023년 4월 말,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나라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하버드대 강단에 서서 ‘자유’를 81번이나 부르짖었다.
바로 그 하버드대에서 연구하고 수학하는 한인 학생과 교수들이 간밤의 비상계엄 사태를 성토하며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버드대 한국인 학생 및 교수진 36인은 현지 시각으로 3일 밤(한국 시각은 4일 오전) 연명으로 성명을 내고 “오늘 대한민국에서 선포된 비상계엄령은 일어나지 않았어야 하는 비민주적인 행위”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윤 대통령을 향해 “당신이 말했던 자유로 향하는 ‘새로운 여정’에, 오늘의 비상계엄령 선포가 과연 필요한 결정이었느냐”고 물으며 “하버드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을 빠른 시간 안에 자유민주주의를 이룩한 자랑스러운 사례로 접하고는 한다. 하지만 오늘 일을 기점으로 미국 등을 비롯한 온 국제사회가 또 그 무엇보다 저희 주변의 친구들이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게 될 것 같아 우려된다”고 했다.
이어 “오늘 저희는 당신으로 인해 부끄러웠고, 오늘 당신의 결정은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이 결코 아니었다”고 일갈하며 “윤석열 대통령이 자진 사퇴를 통해, 아직 대한민국에 당신이 말한 자유민주주의가 존재함을 스스로 증명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번 성명은 하버드 케네디스쿨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제안으로 시작됐으며, 초안 작성에는 10여명이 참여했으나 계속해서 이름을 올리는 동참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부터 케네디스쿨에서 연수 중이고 이번 성명에도 참여한 임소라 전 JTBC 기자는 “학생들은 윤 대통령이 이곳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연설을 했으며 조지프 나이 하버드 석좌교수와 대담까지 나누었던 걸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졌고, 매우 큰 충격에 빠져있다”고 설명했다.
김고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