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84명의 공동수상자가 있는 기사입니다. 8개월의 취재기간 중 도망치고 싶은 순간도 있었습니다. 취재할수록 지난한 문제라는 걸 체감했고, 자칫 잘못 보도할 경우 조현병에 대한 낙인을 강화하거나 잘못된 제도를 부추길 수 있다는 걱정이 커졌습니다.
취재에 적극 응해준 84명의 취재원 덕에 용기 낼 수 있었습니다. 중증 정신질환자 당사자, 가족, 의료계와 법조계 전문가인 이들은 기획 취지를 듣곤 “정말 중요한 문제”라며 각자의 경험을 상세히 풀어줬습니다. 중증 정신질환자의 돌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가장 잘 알고 있고, 개선을 절실히 바라고 있었기에 마음을 내어주는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그 절박함에 빚지며 취재를 이어갈 수록 취재팀 또한 절박해졌습니다. 중증 정신질환자의 돌봄 문제는 더 이상 한국사회 어딘가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 저희와 함께 울고 웃으며 대화한 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였습니다. 이들이 안전하길 진심으로 바랐고, 그러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지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기사가 보도된 5일간 정책 당국인 보건복지부가 아무런 개선책을 내놓지 않은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립니다. 귀한 상을 주신 덕에 기사가 조금 더 주목 받고, 중증 정신질환자의 돌봄 문제가 조금 더 알려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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