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기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위법한 수사 행태를 규탄하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기자들이 다른 이유도 아닌, 권력에 대한 비판보도 관련 불법수사를 이유로 쟁송을 벌여야 하는 상황 자체가 뼈아프다. 윤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특정 언론이나 보도의 방향을 둘러싼 적대감과 일그러진 언론관을 여과 없이 드러냈고 쉽사리 치유되지 않을 상처를 언론계 곳곳에 남겨놓았다. 작금의 상황이 특히 우려스러운 건 윤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에 검찰이 그저 반응하는 차원을 뛰어넘어 무도한 방식으로 복무하는 악순환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이다.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 한상진·봉지욱 기자 등이 11월28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검찰 수사의 행태는 위법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거니와 악의적이며 폭력적이다. 특히 심각한 건 압수수색 과정에서 검찰이 보인 작태다. 뉴스타파의 주장에 따르면 검찰은 법원에 의해 압수물 목록에서 ‘노트북’이 삭제됐음에도 특정 기자의 자택에서 노트북 세 대를 압수했다. 이 중 한 대의 경우 전원이 켜지지 않자 그 자리에서 분해한 뒤 하드디스크만 빼내어 휴대용 포렌식 기기로 전자정보를 추출해 갔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장을 제시하지도 않은 채로 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가 하면 휴대전화가 잠겨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겉면을 실리콘 골무로 찍어 지문을 채취해갔다. 위법적으로 ‘생체정보’를 취득한 것으로, 영장의 범위를 넘어서는 수사 행태라는 데 반론의 여지가 없다. 검찰이 이런 방식으로 확보한 전자정보는 대검찰청 통합디지털증거관리시스템(D-NET·디넷)에 통째로 저장됐을 것이라고 뉴스타파는 주장했다. 디넷과 관련한 문제로 앞서 국가배상을 청구한 이진동 뉴스버스 기자 사건과 같은 특별수사팀이 같은 혐의로 이번 압수수색을 벌였다는 게 의심의 근거다.
뉴스타파의 문제 제기로 드러난 검찰의 행태가 윤 대통령의 그릇된 언론관, 여기에 내재한 비판 및 반대 여론에 대한 삐딱한 감정과 무관치 않다고 할 수 있겠는가. MBC의 ‘바이든 날리면’ 보도 이후의 감정적 대응에서부터 본인에게 불리한 언론사나 보도를 치부하는 모습, KBS 사장 인선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난 언론 길들이기의 시도 등 일련의 흐름을 떠올리면 어렵잖게 판단할 수 있다. 대통령의 태도가 이렇다 보니 그 언저리에 있는 수석비서관이 대통령을 향한 기자의 공개 질문을, 그것도 온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점에 대한 마땅한 질문을 문제 삼아 ‘무례한 질문’이라고 뇌까릴 수 있는 것이다.
앞뒤도 물불도 안 가리는 검찰의 수사 행태도 결국은 이런 흐름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수사 대상이 권력 비판적 언론사가 아니었다면 과연 이렇게까지 선을 넘을 수 있었겠는지 궁금하다. 뉴스타파는 검찰의 수사와 기소 과정에 불법이 워낙 많아 앞으로 몇 차례 더 배상청구를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역사의 시계를 수십 년 전 엄혹했던 시절로 되돌리려는 듯한 행태에 언론계 곳곳에서 탄식이 들려온다. 이 문제를 뉴스타파만의 문제로 가둬둘 수는 없다. 정치 논리에 따라 권력을 오남용하려는 유혹의 역치는 부지불식간에 낮아진다. 언론계 전체가 비상한 시각으로 이번 사안을 노려보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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