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미디어넷, JTBC 플러스… 언론계 거센 칼바람
작년말 JTBC, 올해 TBS·KBS 감원
JTBC 플러스, 직원들에 분사 요구
대규모 구조조정, 뉴스룸에도 여파
구성원들 "직원 희생만 강요" 반발
‘결국 언론은 사람장사’라는 말도 옛말인 걸까. 지난해 연말 JTBC를 시작으로 올해 KBS, TBS, SBS미디어넷 등에서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의 구조조정을 단행했거나 예정 중이다. 세부적인 사정은 다르지만,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이유로 ‘적자로 인한 경영 위기’를 든 점은 같다. 이로 인해 언론사 구성원은 많게는 100명 이상의 동료를 떠나보냈다. 대규모 인력 감축을 경험한 뉴스룸 내 여파는 상당하다. 언제든 회사가 또다시 구조조정을 시행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여전하다. 사실상 정리해고, 권고사직 수준으로 직원들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회사에선 “직원 희생만을 강요한다”는 구성원들 반감으로 내부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최근 SBS미디어넷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고강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당초 11월27일까지 3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던 미디어넷은 신청자가 2~3명 정도에 그치자 4일까지 신청 기한을 연장했다. 11월28일 사측은 희망퇴직 신청 기한 연장을 알리는 입장문에서 회사가 목표한 만큼 인원이 채워지지 않는다면 구조조정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을 포함해 구성원들 우려를 샀다. 미디어넷 사측은 전체 직원의 20% 정도가 희망퇴직을 신청하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디어넷이 이런 상황이 된 건 대주주인 태영건설의 경영 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미디어넷은 태영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하는 사업장의 사모사채를 253억원에 매입했다. 올해 1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엔 SBS가 자회사인 스튜디오프리즘을 통해 TY홀딩스 자회사였던 미디어넷 지분 전량을 162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미디어넷의 희망퇴직 시행을 두고 “‘태영 살리기’에 동원됐다가 애먼 구성원들이 직격탄에 노출된 것”, “미디어넷은 태영 사태에 현금 인출기 신세로 전락”이라는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11월19일 성명)의 비판이 나온 이유다.
중앙홀딩스, JTBC 계열사인 JTBC 플러스·JTBC 디스커버리에선 직원들에게 분사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정리해고 절차를 진행해 내부의 공분을 사고 있다. JTBC 플러스 사측은 올해 큰 폭의 적자가 예상된다며 전 직원에게 11월22일까지 팀을 짜 분사 신청서를 내라고 요구하며 선발된 팀에겐 외주제작사 설립의 경우 1인당 600만원씩 3000만원을 지원한다고 했다. 이달말까지 해당 절차를 마무리하기로 한 사측은 분사 신청서를 내지 않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시행할 수 있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전해진다.
최근 중앙그룹 전반의 재무적 어려움이 다른 계열사 구조조정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자공시를 보면 올해 중앙그룹 그룹사 간 금전 대여, 채무보증 등이 여러 차례 있었다. 콘텐트리중앙은 11월20일 JTBC플러스, 중앙리조트 등에 각각 100억원, 140억원의 금전대여결정을 의결했고, JTBC는 10월23일 피닉스스포츠에 350억원의 자금대여를, 7월24일엔 스튜디오아예중앙의 250억 채무금액을 채무보증하기로 결정했다.
JTBC 플러스 한 구성원은 “토사구팽이라는 말이 맞다. 중계권료 같은 비용은 쓸 대로 다 쓰고 이제 돈이 없으니 나가라는 것”이라며 “지금 이 사달을 만든 경영진들은 내년도 경영안을 짜고 있다고 한다. 책임지는 경영진은 아무도 없고, 모두 직원들의 잘못으로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룹사 블라인드 게시판엔 1번은 플러스인건데 2번, 3번은 어디일까 이런 얘기가 떠돌고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미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경험한 언론사 구성원의 위기감, 충격은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해 12월 JTBC는 권고사직에 준하는 방식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해 80여명의 구성원을 내보냈고, KBS는 올해 2월과 8월 두 차례 특별명예퇴직·희망퇴직을 시행해 총 11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특히 KBS에선 ‘간판급’이라 할 만한 이들이 적지 않게 나가 조직의 경쟁력이 떨어질 거란 우려가 나왔다. JTBC에선 희망퇴직 이후 저연차 기자들의 자발적인 퇴사가 이어지기도 했다. 한 JTBC 기자는 “사실 요즘 시청률도 오르고 사기가 많이 올라와 보도국 분위기가 나쁘진 않다. 다시 해보자, 할 수 있다는 이 분위기가 돌아오기까지 1년이 걸렸다”면서 “JTBC 플러스 사례를 보며 불안감이 커졌다기보다 그냥 늘 불안감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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